운영시간 제각각, 혈액 수급 ‘빨간불’...응급환자 위해 헌혈 희망자 중심 환경 조성 필요 적십자사 “휴일 등 인력 추가 배치… 불편 최소화”
“혈액이 부족하다고 해서 시간 내서 왔는데, 문이 닫혔네요.”
29일 낮 12시께 안양역 인근 헌혈의집. 굳게 닫힌 문 앞에는 ‘오전 헌혈 접수 마감’이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이곳의 점심시간은 12시30분부터 1시간동안이지만, 헌혈 접수는 30분 전 마감이 되기 때문이다. 안내문을 보고 한숨을 내쉰 직장인 민주연씨(가명·35)는 “뉴스에서 O형이 부족하다고 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헌혈의 집을 찾았는데 헛걸음했다”며 “혈액재고량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운영시간을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아해 했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안산 한대앞역 근처 헌혈의집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주의’라고 표시된 혈액 보유 현황이 무색하게도 헌혈가능시간은 제한적이었다. 평일 헌혈(전혈 기준) 접수 마감시간은 오후 6시30분, 주말과 공휴일도 이용할 수 없었다. 헌혈의 집에 들어왔던 시민 한 명은 혈장 헌혈의 경우 1시간 전에 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헌혈자가 줄면서 혈액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나 일부 헌혈의집이 헌혈 희망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 있는 헌혈의집은 수원·화성·군포 등 27곳이다. 이 가운데 평일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곳이 2곳,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곳이 8곳 등이다. 교대근무를 하는 센터를 제외한 20곳은 점심시간 동안 운영을 하지 않는다. 주말과 공휴일은 자율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을 닫는 곳도 상당수다.
이같은 운영시간으로 인해 대부분의 직장인 등은 헌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헌혈을 하는 국민의 75.1%는 헌혈의집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2022년 헌혈 현황 기준) 이들을 고려해 운영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백혈병이나 혈액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혈소판 같은 경우 1시간30분 전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8시까지 운영하는 곳이더라도 6시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직장인들이 평일에 헌혈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혈 희망자가 언제든지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헌혈자 중심의 헌혈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의집 운영시간 연장 및 조정은 현장 채혈 인력 등 혈액사업 전반에 걸쳐 운영시스템 조정이 불가피한 사항으로 단기적으로 모든 시설에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다만, 주말과 휴일 등 헌혈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헌혈의집에 채혈 인력을 추가 배치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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