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9-⑥ 영원한 휴식 장소 미틀라 '지하 무덤'

박태수 수필가

지하 공간의 정교한 석조 문양. 박태수 수필가
지하 공간의 정교한 석조 문양. 박태수 수필가

 

단지 동쪽 건물에는 통치자, 북쪽 건물에는 고위 사제들이 묻힌 무덤이 있는데 구전에 따르면 사포텍인은 미틀라를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를 잇는 관문’이라고 했다. 궁전 아래는 머리를 깊이 숙이고 몸을 움츠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을 통과하면 지하 공간에 다다른다. 고고학자는 인신공희(人身供犧)로 희생된 시신을 안치한 곳으로 추정한다.

 

에스파냐 선교사 부르고아는 미틀라와 주변 사포텍 도시 유적지를 방문한 기록을 1674년 책으로 출판했다. 그는 4개의 방이 서로 연결된 광대한 지하 사원을 묘사했다. 첫 번째는 기도 공간으로 사용했고, 두 번째 방은 대제사장이 묻힌 곳이며, 세 번째는 왕족들이 화려한 세속 물품과 함께 묻힌 곳이다. 그리고 마지막 방에는 깊은 동굴로 이어지는 돌문이 있다고 기록했다. 미틀라는 부르고아가 이곳을 찾기 훨씬 전인 1520년대 에스파냐 선교사와 군사 탐험대가 이미 이곳을 다녀갔고, 그들은 미틀라를 종교 중심지로 우야 타오라고 불리는 대제사장이 신전에 거처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사포텍인은 영원한 휴식 장소 료바(Lyobaa)로 알려진 미틀라를 ‘지하 세계 입구’라고 믿었다. 이곳을 탐험한 선교사로부터 지하 방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앨버커키 대주교는 1553년 “‘지옥으로 가는 뒷문’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마귀가 바깥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돌로 벽을 쌓고 미틀라를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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