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등 ‘빅5’ 병원, 수술 일정 조율 시작 암 환자 수술 연기에 가족 하소연 잇따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항의로 전공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표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내부에 공지했다.
특히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제를 다루는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 평소 대비 약 50∼60% 수준으로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어 상당 규모의 수술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공지가 내려온 후 일부 진료과는 이미 환자들의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대비해 환자들의 수술과 입원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근무 중단 가능성으로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연기 및 취소 사례도 실제로도 나오고 있다.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음 주가 엄마 폐암 수술이었는데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밀리게 되었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폐암 4기 어머니를 둔 아들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의정모 성모병원에서 예정됐던 수술이 20일 있었지만 갑자기 수술이 안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갑자기 담당 교수에게 전화가 오더니 응급실 제외하고 모든 의사들이 파업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술이 안된다는 얘기가 우리한테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자신의 어머니가 항암치료로 약 2년간 치료받다가 항암치료 약도 이제 없는 와중에 폐랑 뼈 사이에 암세포가 좀 떨어져서 다음주에 수술 일정을 잡았다”며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게 의사가 할 행동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성모병원측은 경기일보에 “근무 시간이 지나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B씨도 자신의 아버지가 다음주 월요일 수술 예정이었지만 이날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사례를 알렸다.
A씨의 게시물을 보고 글을 쓰게 됐다는 B씨는 “방광암에 걸린 아버지가 전이가 있고 사이즈도 너무 커서 최대한 빠르게 수술받아야 한다고 해서 가장 빠른 날짜로 확정받고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의사 파업 얘기 나오고 취소될까봐 불안했는데 결국 오늘 갑자기 취소 연락이 왔다”고 주장했다.
B씨는 가족이 아픈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마냥 손놓고 기다려야 한다니 너무 힘들다며 “사람 생명이 달린 일인데 (파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파업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례에 누리꾼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왜 하나”, “사람 생명을 인질 삼는건가”, “의사로서 책임감이 없다” 등 댓글을 달며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A씨와 B씨의 글에는 각각 1천600개, 700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수도권 대형병원 5곳을 뜻하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원광대병원 전공의 126명이 모두 사직서를 내는 등 곳곳에서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면서 '의료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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