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나라 밖’ 우리 문화유산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 중인 직지(直指)는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선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이다. 일본 덴리대 도서관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작이다.

 

이들 문화재의 공통점은 모두 나라 밖에서 떠돌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우리 땅을 떠난 문화유산이 24만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등 문화재당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지구촌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은 모두 24만6천304점이다. 나라별로는 일본이 가장 많아 10만9천801점으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미국 6만5천355점(26.5%), 독일 1만5천692점(6.4%), 중국 1만3천10점(5.3%), 영국 1만2천805점(5.2%), 프랑스 6천511점(2.6%)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이들 문화유산이 우리 산하를 떠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서구 열강 침탈이나 일제강점기 등을 겪으면서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 등으로 유출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도자나 회화, 공예품 등을 여럿 수집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 나라 밖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 당국은 주요 문화유산 환수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지난해는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병풍식 지도첩인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모두 1천550점(1천83건)이 국내로 돌아왔다. 이 가운데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미국인 게리 에드워드 민티어씨와 메리 앤 민티어씨 부부가 기증한 옛 그림과 책, 사진 등 1천516점이 포함됐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모두 찾아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늠름하게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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