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3D 안경을 쓰고 볼 때랑 2D의 평면으로 볼 때랑 느낌이 완전히 다르죠? 음악도 마찬가지로 입체적인 연주를 해야 그 곡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오후 2시께 수원SK아트리움에 위치한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 연습실. 긴장된 표정의 학생이 10여명의 참관객들 앞에 나와 헨델의 플루트 소나타 사장조 작품 363b를 선보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음한음 집중해 곡을 선보이는 앳된 학생의 표정은 어른들 못지않게 진지했다. 꼼꼼히 메모를 이어가던 선생님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어린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방향으로 채워나가야할지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수원시향이 수원에 거주하거나 관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음악 꿈나무를 위해 지역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지원과 참여 모두 무료로 개최한 ‘수원시민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목관)’ 교육프로그램이다. 마스터 클래스란 공개 수업 형태로 전문 연주자가 재능 있는 학생을 다른 학생 앞에서 자신만의 티칭 방법으로 연주 방법과 음악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업 방식이다.
미래가 유망한 클래식 꿈나무들을 이끌어주는 프로젝트로 수원시향은 지난해 처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날 수업에는 지난 1월께 공개 응시를 통해 최종 선발된 초·중·고등부 플루트(4명) 및 바순(1명) 파트의 수원지역 학생이 수원시향의 수석 단원들에게 차례대로 각자의 연주를 선보이고 연주기법과 곡에 대한 해석, 연습 방법 등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마스터 클래스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과 ‘열정’의 결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화여대 학사, 서울대 석사 및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김민지 플루트 수석 단원은 수업의 목적을 ‘동기부여’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초등학교 2~5학년의 어린 참가자들은 초롱초롱한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의 연주를 지켜봤고, 그들은 꿈을 이뤄 무대에서 연주를 펼치는 마스터의 조언을 바로 옆에서 들으며 연신 미소를 띄웠다.
마스터들은 작곡가에 대한 설명부터 콩쿠르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묵직하면서도 가볍고, 재치있으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바순의 음색을 사랑한다는 오지석 서울예고 2학년 학생은 이날 베버의 바순 협주곡 바장조 작품 75번 1악장을 선보였다. 오 군의 옆엔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독일과 스위스 등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이민호 바순 수석 단원이 서 있었다.
오 군의 연주에 이 수석 단원은 “악기를 부는 것도 노래와 같다. 기계를 다루듯 어떤 음이 안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에만 집중하기 보다 감정을 섞으며 연주하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학생이 피드백을 통해 바로바로 반응하며 나아지는 것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오 군은 “연주를 시작한 지 이제 3년차로 남들보다 조금 늦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스킬은 어떤지 선생님에게 평가 받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바순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정말 흔하지 않은데 수원지역에 사는 학생으로서 이러한 기회를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원시향은 올 하반기엔 비올라, 첼로, 금관파트(트럼펫, 트럼본) 등 희귀파트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수원시향 단원들의 경험과 고민을 다음 세대 연주자에게 자연스레 전할 수 있고, 수원지역 학생들의 실질적인 연주력 향상과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프로그램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