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가족이 흔들린다

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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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흔들린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 고령화, 저출산, 이혼율 증가 등으로 가족의 분리와 해체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이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면서 결혼율이 감소하고,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졌다. 또 이혼율 증가로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교육이나 직업 등의 이유로 1인 가구가 늘어가며 가족이 분리되고 해체되고 있는 추세다.

 

가족은 운명적인 인연과 혈연으로 맺어진 삶의 보금자리다. 주로 부부(인연)를 중심으로 한, 친족(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거나 그 구성원을 말한다.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뤄진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사회 집단이다.

 

가족은 인류 역사와 함께 그 형태와 기능이 변천해 왔다. 근대 이전 농경사회는 거의 대부분의 기능이 가족에 집중돼 있는 대가족 형태였다. 그러나 근대화와 함께 농경사회의 생산단위적 성격이 많이 희석되면서 가족의 의미는 사회 문화적 성격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고, 핵가족이 가족의 주요 유형으로 자리잡게 됐다. 더욱이 오늘날 급격히 가족의 분리와 해체가 진행되면서 기초적인 인간관계의 장이라는 사회 문화적 역할조차 퇴색되며, 겨우 숙식 정도의 원시적인 기능만 건재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됐다. 이제 가족의 구성원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가족은 자녀 출산이라는 본래적인 기능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구성원과 노동력을 재생산해 왔다. 또 양육과 보호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화 기능을 담당한다. 또 가족은 구성원에게 경제적·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삶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가족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가족의 기능도 변화하고 있다. 가족 세대 간의 단절로 부모와 자녀 사이는 점점 멀어지며 가족 결속력과 정서적 유대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 한편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권위가 사라지고 민주적인 가족관계가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권위·지배·복종 등의 가치에 기반한 수직적 방향에서, 자유로운 인간 간의 대등한 결합·인격적 유대라는 가치를 우선에 두는 수평적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의 분리와 해체 현상을 위기로 보고 전통적 가족 관계와 기능의 회복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이제 그런 현상을 수용해야 할 사회적 변화로 바라보면서 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가족의 형태와 기능은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아무튼 가족이 흔들리면 사회도 국가도 흔들리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가족만 한 보금자리와 안식처가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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