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사람으로 치면 사촌간이다. 물과 뭍에서 모두 살 수 있는 양서류 족속이다. 개구리와 도롱뇽 얘기다.
피부가 투과성이 있어 독소가 쉽게 흡수된다. 생존을 위해선 깨끗한 물이 꼭 필요하다. 먹이를 구하고 숨을 쉬고 번식할 땅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연못, 호수 및 개울 등지에서 서식한다.
녀석들이 생존을 시작하는 공간도 물이다. 이후 녀석들은 물 근처 잎이나 기타 식물 등지에 알을 낳는다. 도롱뇽 중 일부 종은 알이 부화할 준비가 될 때까지 등에 알을 싣고 다닌다. 다양한 기후와 서식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온도 규제한다. 외부 온식 동물이다.
독특한 생식 전략도 눈길을 끈다. 개구리는 알을 덩어리로 낳는다. 포식자들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도롱뇽은 물 근처 잎이나 기타 식물 옆에 알을 낳는다. 역시 포식자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꼼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 광교산에서 개구리와 도롱뇽이 떼죽음 위기(경기일보 4일자 6면)에 처했다. 광교산 통신대길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서다. 녀석들은 본격적인 산란기를 맞아 알을 낳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가 콘크리트 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백 마리가 젖은 낙엽 속에 파묻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콘크리트 배수로 안에는 인근 습지로 가지 못한 채 갇힌 개구리와 도롱뇽이 급하게 산란한 알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개구리와 도롱뇽이 매년 2, 3월 찾아와 알을 낳는 공간이다. 지난해도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양서류 수십 마리가 빠져 죽는 일(경기일보 2023년 9월25일자 6면)이 발생했다. 시는 양서류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칩을 맞아 들리는 소식이 우울하다. 개구리와 도롱뇽과 더불어 살아야 할 까닭은 차고 넘친다. 이 녀석들과의 공존 여부가 곧 환경오염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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