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윤 ㈔인천도시재생연구원장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했던가. 도시도 늙고 병들어 쇠락을 경험하고, 새로운 의미 부여로 활력있는 장소로 거듭나기도 한다. ‘인천대로’라는 지금의 이름에서처럼 서울로 향하던 경인고속도로가 인천으로 향하는 자긍심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경인고속도로는 1960년대 인천항의 수출입 물자를 서울로 실어나르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로 건설됐다. 초기에는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중요한 의미를 지녔지만, 도시의 확장에 따라 도심을 가르는 분단의 장벽으로 변모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속도로로서의 기능 상실과 도심 분단의 부정적 측면을 인식한 사람들은 일반도로화를 주장했고, 드디어 2017년 12월1일부로 경인고속도로에서 해제돼 이듬해 도로명 주소인 ‘인천대로’로 정식 지정됐다. 최근 발표를 보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의 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인천항과 개항장을 아우르려는 시정부의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은 도심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인천대로 지하화 사업과 연계돼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인천대로는 청사진 그림대로라면 인천을 상징하는 중심축으로서 단절됐던 도심을 연결하는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란 비어진 사이를 말하고, 비어짐은 다른 의미로 채워질 기회를 의미한다.
먹고사는 문제부터 챙겨야 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사람보다는 차가 먼저였고, 그래서 불편해도 육교나 지하 인도로 사람이 피해 다녀야 했다. 미국의 도시계획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는 매력적인 도시의 장소가 되기 위해 보행자의 체류를 이끄는 골목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을 때 도심 안의 공간은 이미 차량이 차지해 버렸고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길조차 차로부터 안전하지 않았다. 잘나가는 상가는 도로에 최대한 가까이 붙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건물들은 충분한 인도를 확보하지 않은 채 지어졌고, 보행자 중심의 거리가 도시를 활력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차로부터 안전한 보행자 공간은 사라지고 도심은 노후화한 후였다.
이제 경인고속도로가 인천대로로 바뀌었다. 곧 주변의 방음벽이 철거되고 고속도로 위로 나무가 심어지고 크고작은 공간과 보행로가 생겨난다고 한다. 그러나 방음벽 아래의 감춰진 도심의 민낯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는 풀어가야 할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인천항 중심으로 펼쳐질 원도심의 부흥이 인천대로를 타고 도심과 연계돼 인천으로 향하는 자긍심의 상징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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