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의로운 시민정신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 시흥시 목감동 주민 김종호씨(43)는 “다시 그 상황을 만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소방청으로부터 ‘119 의인상’을 받았다. ‘119 의인상’은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 예우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시상하고 있다. 2023년까지 수여자는 총 51명이다.
지난해 6월 12일 오후, 제조업체 대표인 김 씨는 업무차 인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앞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3차로에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1차로로 꺾더니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매우 위태롭게 가고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차량을 따라간 김 씨는 마침 조수석 창문이 열려 있어 운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의식이 없던 운전자는 경련증세를 보이며 위급한 상황이었다. 김 씨는 순간 ‘이 사람, 위험하다’는 생각에 해당 차량을 앞질러 본인 차량 후미 쪽으로 충돌시키면서 강제로 멈춰 세웠다.
황급히 상대 차량으로 달려간 김 씨는 신속하게 조수석 문을 열고 시동을 끈 후 운전자에게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응급처치로 다행히 운전자가 의식을 되찾은 후에도 그는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운전자를 꼼꼼히 살폈고, 소방대원에게 안전하게 인계해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
소방청은 빠른 속도로 오가는 차량이 많은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추가 교통사고를 방지하고 생명을 구해낸 김 씨의 공로를 인정해 119 의인상을 수여했다.
그는 “생명이 위급한 상황을 목격한 누구라도 나처럼 똑같이 했을 거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상까지 받게 돼 얼떨떨했다”라며 몸을 낮췄다.
김 씨가 본인의 차량을 망가뜨려 가며 주저함 없이 빠른 판단으로 환자를 구하는 행동을 한 데는 민간 수상구조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친형의 평소 조언도 보탬이 됐다.
형을 통해 종종 상기했던 심폐소생술 방법과 형으로부터 물든 의로운 마음가짐은 스스럼없는 행동의 뼈대가 됐고, 평소 즐겨보던 교통사고 관련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접한 지식과 정보가 더해져 실행력에 살점이 붙었다.
김 씨는 “고속도로라 위험 요소가 많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오직 그 분을 무조건 살려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상황은 멈췄지만, 그의 의로운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김 씨는 상과 함께 받은 성금 100만원을 지난 2월 목감동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하는 선행을 이어갔다. 상대 차량을 세우느라 파손된 본인 차를 수리하는 대신 그는 “15년간 거주한 목감동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기부를 택했다.
성금 나눔으로 봉사의 불씨를 지핀 김 씨는 좀 더 체계적인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봉사에 참여해 볼 요량이다. 표 나는 일보다는 조용히 틈틈이 이웃의 마음을 보듬는 데 힘을 실어보려 한다.
이번 일로 김 씨가 세상에 준 것은 마음이고, 얻은 것은 믿음이다. 그는 “살아가면서 나에게도 어떠한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반드시 함께 해주는 이웃들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든든한 이웃으로 가득한 살만한 시흥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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