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고암동에 사는 30대 여성 김문영씨(가명)는 요즘 하루 4시간도 자지 못한다. 육아와 직장 스트레스가 겹쳐 불안감이 밤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하며 통근 압박까지 더해져 걱정과 불안에 잠을 설치다 보면 날을 새기 일쑤다. 김 씨는 “잠을 못 자 예민해져 가족들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며 괴로운 얼굴을 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마케팅 회사 직원 이윤호씨(가명·33) 또한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 내 동료들과 갈등을 겪기 시작한 후부터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낮에 깨어있기 힘들어 커피를 마실수록 밤에 각성 상태가 지속돼 더욱 잘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기도민이 급증하고 있다. 불면증은 낮에 일터에서 생산성을 낮추고 식욕 조절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쳐 체중 변화와 건강 이상을 초래하는 등 삶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22년 29만805명, 2021년 27만2천334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6월 기준 21만1천922명으로,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이미 절반을 뛰어넘어 환자 수가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면증 환자가 지불한 진료비 또한 지난 2022년 769억8천663억8천만원, 2021년 678억9천780만4천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진료비 역시 6월 기준 441억5천578억8천만원으로 전년 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불면증이 증가한 원인은 학교와 직장 내 심화되는 경쟁, 이로 인한 업무나 학업의 압박, 취업난과 직장 생활 등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지나친 디지털 기기 사용 등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불면증 개선을 위해 잠자기 전 뇌의 각성 상태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성철 가톨릭대학교성빈센트병원 신경과 교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호르몬 분비로 인해 과각성 상태가 지속되면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며 “스트레스 누적으로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지면 수면을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잠들지 못하고, 이런 불안감이 쌓여 만성 불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힘들더라도 일정한 수면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해진 취침 시간에 잠들기 정 힘든 경우에는 일정한 수면패턴이 맞춰질 때까지 약간의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온수욕, 또는 명상을 통해 뇌의 각성 상태를 최대한 완화시켜 일시적인 불면이 만성 불면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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