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감싸고, 묶고, 색을 넣은 삼각형 조각들이 집합을 이룬다. 고서를 활용한 한지 조각이 음영을 띠고, 역동성을 갖는 순간이다.
한지 조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전광영의 전시 ‘전광영 : Re:illumination’이 오는 5월19일까지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한지 조각으로 만든 부조 작품과 조각, 설치미술 등 전 작가의 작품 10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 전시에서 선보이며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도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그의 작품들은 최대 수만개의 삼각형 오브제 조각들이 각각 돌출되고, 그러데이션 되며 강렬하고 입체적인 조형물을 형성한다. 서양에서 미술 활동을 했지만, 늘 한국적 추상을 고민했던 전 작가는 어릴 적 큰아버지의 한약방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약봉지에서 영감을 얻어 이 같은 형태의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
전 작가는 옛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고서 등의 한지로 삼각형 스티로폼을 감싼 뒤 끈을 꼬아 약첩 형태를 만드는데, 이 오브제들을 천연 염료로 하나 하나 물들이고 캔버스에 차곡 차곡 붙여 작품을 만든다. 이 같은 작품 활동과 삼각형 오브제가 집적돼야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의 작품 이름이 모두 ‘Aggregation’인 이유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신작 ‘Aggregation24-FE011’을 만날 수 있다. 파랑의 원색으로 포인트를 준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협곡 사이에 흐르는 폭포를 연상케 한다. 한약방의 약재를 통해 치유를 받았던 전 작가는 한지가 색이 되고, 자연이 돼 치유를 주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또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로 선보였던 작품 3점 ‘Aggregation13-DE054’, 오브제의 적절한 돌출로 입체감을 부여하며 3m 높이의 작품 6점으로 이뤄진 ‘Aggregation001-MY057’, 기후변화로 지나치게 자라난 버섯의 형상을 담은 4m 크기의 대형 조각 ‘Aggregation08-JU012’를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름 1.5m의 구 형태인 ‘Aggregation06-SE057’ 등 전 작가의 주요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의정 학예실장은 “전시는 전광영 작가의 혁신, 전통의 비범한 형태적 세계관 속에서 지속 가능한 작품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됐던 전 작가의 작품들을 뮤지엄그라운드에서 감상하면서 작가만의 메타포적인 한지의 표현방식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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