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세상 등질 생각하는 청소년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청소년들의 앞길이 막히고 있다. 경기 침체와 경제 불황 등도 주요한 원인이겠다. 하지만 다분히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달리 둘러댈 명분은 없다.

 

이런 가운데 스스로 세상을 등질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2년째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동안 감소하다가 최근 2년 동안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교생 5만여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다. 최근 12개월 동안 이 같은 생각을 경험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전체의 14.3%로 집계됐다. 특히 여학생(17.9%)이 남학생(10.9%)보다 심각했다.

 

이 비율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5년부터 3년 동안 20%를 넘었다가 2008년 10%대로 떨어졌고 이후 대체로 내림세를 탔다. 2020년에는 10.9%로 최저치를 찍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매년 오르고 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지난해 41.3%였다. 이 수치는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비율이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년 동안 우울증 경험률도 28.7%로 나타났다. 최근 12개월 동안 자주 또는 항상 외로움을 느낀 비율도 2020년 조사 시작 이래 두 해 연속 올라 18.9%를 기록했다.

 

정부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고 상담을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극단선택 시도 등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생활밀착형 상담사도 늘리고 전문성도 강화한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속의 생활밀착형 상담사는 현재 1천398명이 활동 중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더 촘촘한 정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청소년이 밝으면 빼앗긴 나라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1세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틈만 나면 던지던 메시지였다. 젊은이는 민족의 미래다. 이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건 그래서 기성세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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