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에도 굴하지 않고 든든한 아빠이자 멋진 이웃으로 살던 50대 가장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3월15일 인천 인하대학교병원에서 정수연씨(52)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고 18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2월 29일 자택 거실에서 의식을 읽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정씨가 평소 이식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 정씨의 바람대로 기증을 통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가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에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정씨의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이 기증돼 5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씨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동시에 가정에서는 든든한 아빠이자 가장, 다니던 교회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봉사를 하며 남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하는 멋진 이웃이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정씨는 20년 전 시력을 위협하는 다기관 자가면역 희귀질환인 ‘보그트고야나기 하라다병’에 걸렸지만 본인이 앓고 있는 병으로 좌절하거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베풀 수 있을지 고민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내 김미영씨는 “자기야. 자기는 나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였고, 날마다 같이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게 아쉬워.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애들 아빠로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러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나를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고맙고 정말 사랑해”라고 말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변효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 직무 대행은 “희귀병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족과 이웃을 보살피신 정수연 씨의 따뜻한 마음이 삶의 마지막 순간 생명 나눔으로 꽃을 피운 것 같다”며 “다른 생명을 살린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더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증자를 그리워하며 아내가 마음의 편지를 전하는 영상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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