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고수하던 의대 증원 규모를 2천명에서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정책 전환을 하면서 의사들에게 대화를 제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브리핑을 통해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 한해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이 증원분의 50~100% 안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 선회는 6개 거점 지방 국립대 총장들이 지난 18일 의대 증원 규모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며, 이에 정부가 총장들의 요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의사들과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정부가 대학 전체에 자율 모집을 허용키로 한 것이므로 의사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월6일 ‘의사인력 확대방안’ 브리핑을 통해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천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의사단체들의 강경대응, 그리고 의대 교수들도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등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부산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 환자가 병원 10곳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16일 경남 함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는 50여곳의 외상센터와 대학병원 50곳을 헤매다 3시간30분이나 걸린 도내 아주대 외상센터로 와서 수술을 받는 등 환자들의 고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규모 정책 변화에 따른 대화 제의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단체들은 “무리한 증원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폄훼하면서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전공의협의회는 기본 입장이 전면 백지화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20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여하한 상황에도 의료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본업은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정부가 비록 의료정책 입안 과정에서 잘못이 있더라도 의료현장을 떠난 투쟁은 결국 의료붕괴를 가져와 정부와 의사 모두 패자가 되며,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게 된다. 정부가 사실상 의대 2천명 증원 고수 방침을 철회한 것이므로 의사단체들은 중지를 모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의료 붕괴를 막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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