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내 비리가 놀라울 정도다. 오랜 기간 만연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채용 비리는 인천지역 선관위가 대표적이어서 혀를 차게 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어떤 기관인가. 공정한 선거 관리는 국가 경영의 틀을 세우는 일이다. 경력직을 뽑을 때마다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전•현직 간부의 아들딸, 예비사위까지 선관위 직원으로 입성했다니.
엊그제 감사원이 선관위 자녀 채용 비리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처음엔 선관위가 자기들은 감사를 받을 수 없다고 버텼던 그 감사다. 감사원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차장 등 전•현직 직원 27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직권남용과 청탁금지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다. 지난 10년간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는 291차례나 경력직을 채용했다. 그때마다 비리나 규정위반이 나왔다는 것이다.
인천지역 선관위에서는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아들의 부정 채용이 있었다. 이 간부의 아들은 본래 강화군청 직원이었다. 2020년 강화군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 강화군선관위에 빈 자리가 없는데도 자리를 만들어 채용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2019년 채용 수요를 조사했다. 당시 인천시선관위는 6급 이하 인원이 정원을 초과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1명을 채용하도록 했고 전 사무총장 아들이 원서를 내자 선발 인원을 2명으로 늘려줬다.
면접에서도 전 사무총장과 친분 있는 직원들이 면접위원으로 들어와 높은 점수를 줬다. 채용이 돼도 강화군선관위에서 5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조건의 경력직 채용이었다. 그러나 이 직원은 1년도 안 돼 상급기관인 인천시선관위로 자리를 옮겼다. 이 직원에게만은 ‘5년간 전보 금지’ 조건을 풀어줬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선관위 직원들 사이에서 ‘세자’로 불렸다고 한다.
지역 선관위가 선출직 단체장들을 압박한 정황도 나왔다. 충북의 어느 군 선관위는 군수에게 군 직원에 대한 전출 동의를 요청했다. 이 직원은 지역 선관위 간부의 자녀였다. 군수는 선관위와 군청 간 전출은 일대일 교류가 원칙이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요청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다.
오늘도 대다수 선관위 직원들은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바쁠 것이다. 일부의 일탈이긴 하지만, 국민들을 크게 실망케 한다. 선거 관리는 국민 신뢰가 생명이다. 선거 관리가 신뢰를 잃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일벌백계의 단호한 처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선관위 자체의 자정 기능 회복도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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