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도심에는 편의점이 너무 많다. 골목에 있던 작은 마트까지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공정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편의점 가맹점 수는 5만5천43개에 이른다.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반면 농촌으로 갈수록 구멍가게 하나 찾기 어렵다. 인구가 줄다 보니 운영이 어려워 점점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식료품, 일용품 하나 사려면 버스 등을 타고 나가야 할 정도다.
일본에선 ‘쇼핑 난민’이란 말이 유행이다. 상점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거동, 교통이 불편해 상점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이른다. 특히 고령자를 가리키는 말로 ‘쇼핑 약자’라고도 한다.
‘식품 사막’이란 말도 있다.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특히 채소, 과일, 우유 같은 신선식품을 살 수 있는 마트나 각종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곳이 근처에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사는 이들은 쇼핑 난민으로 전락한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해 쇼핑 난민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쇼핑 난민이 8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지자체별로 무료 쇼핑버스 지원, 이동슈퍼 운행, 생필품 구매 대행 자원봉사 지원을 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식품 사막, 쇼핑 난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젊은이가 거의 없고 고령자가 많은 마을에서 슈퍼마켓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다. 장을 보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하루에 몇 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게 쉽지 않다. 이런 마을들은 온라인으로 신선식품 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인 데다 음식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다.
고립된 고령층 쇼핑 난민은 경기도내 연천, 양평, 여주 등에도 있다. 쇼핑 난민에겐 단순히 식료품 공급이 안 되는 문제뿐 아니라 사회와도 단절된다. 식품 사막, 쇼핑 난민은 이제 우리의 현실이 됐다. 찾아가는 마트 운영이나 푸드뱅크 사업 등을 통해 고립된 노인들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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