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등교 전 편의점에 들러 수시로 삼각김밥을 훔쳤다. 삼각김밥 절도는 한 달 넘게 이어졌고, CCTV 확인을 통해 꼬리가 잡혔다.
이 남학생에겐 딱한 사정이 있었다. 남학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원하는 다가구주택에서 장애를 가진 아버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 부모에게 용돈이나 밥값을 달라고 말 못하는 처지라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인근 편의점에서 종종 삼각김밥을 훔치게 된 것이다.
안산상록경찰서는 이 남학생의 범죄 대신 열악한 생활 형편에 주목했다.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온정을 베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청소년선도위원회를 개최, 어려운 형편을 참작해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다. 선도 차원에서 처벌을 감경받을 수 있게 한 조치다. 경찰서는 이와함께 협력단체인 천사봉사단을 통해 남학생이 끼니를 거르지 않게 졸업 전까지 쌀을 지원하기로 했다.
배가 고파 삼각김밥을 훔친 고등학생에게 무조건 처벌 대신 선도를 하고, 쌀을 지원키로 한 온정이 감동이다. 안산상록경찰서의 조치는 현명했다고 판단된다.
경기일보 22일 자 1면에 이런 기사가 실리자, 인터넷판에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이란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도와주고 싶다, 청소년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등의 응원 댓글도 이어졌다.
삼각김밥을 훔친 이 청소년 같은 생계형 범죄자, 일명 ‘현대판 장발장’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 속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등 ‘3고’ 현상 심화로 서민들의 경제 고통이 커진 가운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월 강원 원주시의 대형마트에선 한 여성이 분유와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들고 계산대를 지나치다가 적발됐다. 경찰에 붙잡힌 이 여성은 비혼모였다. 같은 해 12월 경남 밀양시에선 70대 홀몸노인이 마트에서 우유와 아몬드 등 1만7천원어치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노인은 배가 너무 고파서였다고 했다.
절도는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쪽에선 ‘오죽하면...’이라는 동정론이 나온다. 생계형 범죄의 경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자체와 국가 등 우리 사회의 책임도 크다.
전문가들은 절취는 분명한 범죄 행위이지만 그 사안에 따라 형사적 제재보다 복지 차원의 도움이 재범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망을 더욱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곤 홀몸노인들의 절도 문제가 심각한 만큼 경제·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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