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태 사회부장
“어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네.”
흔히 쓰는 표현이다. 가령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가 상대 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골을 놓쳤다고 치자. 그럴 때 가장 먼저 찾는 동물이 바로 원숭이다. 원숭이를 빗대 아무리 능숙한 사람도 간혹 실수할 때가 있다는 속담을 풀어낸다. 실제로 원숭이는 나무를 타다가 추락사하거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다.
그런 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사체로 발견되고 있다. 멕시코 이야기다.
멕시코 환경부는 이달 들어 남부 타바스코와 치아파스에서 발견된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 사체가 157마리로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는데,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폭염을 지목했다. 더 큰 문제는 폭염에 지쳐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숭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멕시코 지역을 강타한 불볕더위 속에 원숭이들이 온열질환 또는 영양실조 등으로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만 남부와 중미 북부를 중심으로 한 열돔(Heat Dome·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기온이 오르는 현상) 영향으로 멕시코 곳곳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45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원숭이를 포함해 앵무새와 박쥐 등 동물 폐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위가 이어지면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현지 생태공원 책임자의 말처럼 자연을 이기는 생물체는 없다. 우리는 더 편한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미명(美名) 아래 자연에 ‘파괴’라는 비수를 끊임없이 꽂아 왔다. 기온 상승과 기상 이변은 그에 대한 결과인데도 “내 시대 일은 아닐 것”이라는 말로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원숭이처럼 가장 잘하는 것에서 실수할 때, 그때가 가장 무서울 때일 것이다. 더 이상 자연에 꽂은 비수를 방관하지 말자. 더 큰 재앙은 바로 오늘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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