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아휴직에 폐부, 수원지법 판사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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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이 폐부 결정을 내린 것 같다. 항소심을 다루는 제2민사합의부다. 폐부 검토의 원인이 전해졌다. 소속 법관의 육아휴직 때문이라고 한다. 합의부는 3명의 법관으로 이뤄진다. 이 공백을 채워 넣을 법관이 없다는 얘기다. 수원지법은 사건 수가 변하지 않는 곳이다. 좀처럼 관할 인구가 변하지 않는다. 수원지법의 폐부가 그래서 충격이다. 판사 한 명의 육아휴직 때문에 합의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판사 부족이 이렇게 우리 주변의 현실이다.

 

판사 수 부족은 이제 사법의 위기다. 2019년 기준 판사 수는 2천966명이다. 판사 1인당 처리 사건이 464건이다. 동기 대비 독일 89.63건, 프랑스 196.52건, 일본 151.79건이다. 독일의 5.17배, 프랑스의 2.63배, 일본의 3.05배다. 2024년 4월 기준 판사 수는 3천105명이다. 법률상 법관 정원은 3천300명이다. 정원을 거의 다 채운 상태다. 그런데도 현장의 상황은 아슬아슬하다. 판사 수 부족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재판 지연 문제와 직결된다.

 

현행법상 민사소송 기한은 정해져 있다. 각각 5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1심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받은 날부터 기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 기간을 넘겨 결론이 나는 재판이 많다. 심지어 소장을 접수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는 일도 흔하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민사소송법 199조의 ‘종국판결 선고기간’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고기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다.

 

정원 확대에 대한 요구가 많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걸림돌이 있다. 법관이 되려면 최소 법조경력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시행된 법률이다. 2013년 3년, 2018년 5년, 2022년 7년, 2026년 10년으로 순차 확대하도록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원이 어렵게 됐다. 우수 인재 지원 감소와 조건을 충족한 법조인 부족이 누적됐다. 2022년 개정안을 마련했다. ‘7년 경력’ 확대는 2025년으로, ‘10년 확대’는 2029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대책이 못 되기는 마찬가지다. 늘기는커녕 몇 년 내 2천900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마침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승원 의원(수원갑) 등이 마련한 토론회다. 판사 수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예정돼 있다. 정원 확대, 임용 자격 개선 등 모든 영역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 안 한다는 국회에 모처럼 눈여겨볼 자리가 마련된 듯하다. 법조인은 물론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토론회다. 대안 도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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