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사회적 인식’ 설문조사 5점 만점에 1.76점… ‘매우 나쁨’ 학교 등 교육 현장서도 ‘이해 부족’... 특수교사 대상 희귀질환 교육 無 인력마저 부족… 대책 마련 시급, 도교육청 “맞춤형 교육 지원 노력”
경기일보가 만난 희귀질환자들은 몸에서 오는 고통보다 마음에서 오는 고통이 크다고 했다. 어렵게 자신의 병명을 알아낸 이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자들은 가까이에 있는 친구, 이웃의 냉대에 힘들어했다. 또한 어린시절 희귀질환으로 인해 겪은 상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네가 아프다고?’... 몸도 마음도 병든 희귀질환자와 가족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은 평생 낯선 병마와 싸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일상을 공유하는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 모두에게 사회의 시선은 상처로 작용했다. 특히 질환의 특수성으로 인한 정보의 제한과 낮은 인식 때문에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지난 2022년 희귀난치환아와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분석한 결과 5점 만점에 1.76점으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매우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삶의 질 평균도 5점 만점에 2.53점으로 보통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삶의 질 수준을 살펴보면 ‘삶에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정도는 5점 만점에 2.98점이었다. 이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와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게 느끼는 정도’는 각 2.83점, ‘대인관계 만족’ 2.63점, ‘일상생활에서 에너지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정도’와 ‘경제상황 만족’ 2.42점, ‘건강상태 만족’ 2.39점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여가활동과 수면상태의 경우 만족도가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활동 기회만족’ 2.15점, ‘수면상태 만족’ 2.12점으로, 여가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고 수면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첫 다인생활 이뤄지는 교육현장서도 외면받는 희귀질환
희귀질환은 대부분 유전적, 선천적 질환으로 가족 내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이거나 생애 초기 연령대에 희귀난치성 질환이 발병한 영유아 및 아동들의 경우 생애주기별 성장 과정에서 각종 발달과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다인 생활이 이뤄지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교육 현장들에서도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없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교육하면서 경험한 어려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자녀의 질병을 막기 위한 지원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교육 현장에서의 인식이 떨어져 느끼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질병으로 인한 건강 상태 악화 방지를 위한 지원 부족’이 22.2%, ‘교육 현장에서 질병에 대한 인식 부족’이 19.8%를 차지했다. 결국 희귀질환 환아 10명 중 4명 이상은 교육이 어려워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됨에도 이를 막기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기관에 가더라도 질병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주위의 냉대를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경기도교육청은 희귀질환 아이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 없이 이를 장애 아동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특수교사 수급이 희귀질환 아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특수학급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식 교육이 있긴 하지만 희귀질환에 대한 교육은 없는 상태다.
수원의 한 학교에서 근무 중인 특수교사는 “특수교사 혼자서 아이들을 다 돌보기 힘든데도 보조교사마저 인력이 부족해 배치받기 힘들다”며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개별 수준에 맞게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기본 교육과정 교과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 아이들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장난으로 괴롭히거나 아무렇지 않게 ‘장애인이다’, ‘장애인 반이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식 교육을 매년 하고 있지만 특수교사가 직접 준비하고 교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희귀질환 학생을 위한 별도의 사업은 없다”며 “다만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특수학급과 특수교사 등을 통해 희귀질환 학생들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희귀질환 학생의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학급의 환경적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특수교사의 인력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일보가 만난 희귀질환자들은 몸에서 오는 고통보다 마음에서 오는 고통이 크다고 했다. 어렵게 자신의 병명을 알아낸 이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자들은 가까이에 있는 친구, 이웃의 냉대에 힘들어했다. 또 어린시절 희귀질환으로 인해 겪은 상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 제언 “사회 잘못된 시선 개선… 교육·홍보 필요”
전문가들은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받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일반 사람들은 희귀질환자를 단순히 ‘정신이 이상한 사람, 미친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도 희귀질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감기에 걸리면 무슨 병인지 알지만 희귀질환의 경우 단순히 정신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병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하기도 한다”며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인식 개선 교육을, 정부나 지자체는 홍보 활동 및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감기에 걸리듯 희귀질환 역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이상한 사람, 더러운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인 시선의 어려움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는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희귀질환자들은 사회의 잘못된 시선으로 스스로 고립된 삶을 택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사회의 안 좋은 시선이 그들을 더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귀질환자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사회적으로도 희귀질환자들이 직업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적인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희귀질환자는 기피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라며 “사회적인 인식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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