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귀질환 정확한 진단·조기대응, 유전상담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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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희귀질환 ‘펠란-멕더미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찬영군은 어머니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 이진 기자

 

희귀질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은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다. 평생 낯선 병마와 싸우며 살아가느라 정상적인 삶이 어렵다.

 

희귀질환자의 80%는 유전적·선천적이다. 동일한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적어 질환 관련 정보 부족 등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병의 원인과 병명을 알아내느라 수년간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상당수 질환은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어 ‘질병 코드’조차 없다.

 

뇌량무형성증, 엔젤만증후군, 수포성표피박리증, 윌리엄스증후군, 어셔증후군, 주버트증후군 등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질환.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희귀질환이 6천종이 넘는다. 국내 희귀질환은 지난해 기준 1천248개다. 희귀질환자는 70만명으로 추산된다.

 

세계적 수준이라는 첨단 의료시스템에서 희귀질환자의 상당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많은 오진을 경험하며 여러 병원을 떠돌고 있다. 이 기간이 길수록 의료비 부담과 함께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극심해진다. 보상받을 길은 사실상 전무하다.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지만, 희귀질환 특성상 오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희귀질환자들의 진단 방랑을 줄이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대안 마련과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희귀질환자 치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춰주는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여서 오진을 거치며 허비한 시간은 보상받진 못한다. 희귀질환의 진단 시기를 당겨 오진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가족 내 대물림을 예방하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오진과 진단 지연을 막을 대안으로 ‘유전상담 서비스’ 활성화를 꼽고 있다. 정부가 ‘희귀난치성질환센터 Helpline’ 홈페이지를 통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유전상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선 유전상담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아 환자와 가족들은 상담을 받기 어렵다.

 

유전상담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진의 시간적 여유, 비용,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유전상담은 현재 의료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전문적인 유전상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외래진료 역시 한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최소 30분 이상 필요한 유전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전문 유전상담 교육과 수련 경험이 있는 의사도 별로 없다. 희귀질환자에게 절실한 문제다. 정부는 희귀질환자와 가족이 맞춤형 유전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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