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마저 사퇴…저주받은 방통위 ‘흑역사’

‘최민희 과방위’ 야 단독 탄핵 소추 발의
탄핵소추시 헌재 심판까지 수개월 소요
이동관, 김홍일 이어 세 번째 자진사퇴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26일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표결이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 사퇴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 부위원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이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중 별도의 퇴임식 없이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정부과천청사를 떠날 예정이다.

 

이 직무대행은 전날 오후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하고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해 5월 4일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원에 취임한 이 직무대행은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탄핵안 발의에 연이어 사퇴하면서 위원장 공석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왔다.

 

이 직무대행마저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상임위원이 정원 5명 중 1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직무대행은 위원장이 아니라 상임위원의 지위였기 때문에 대통령이 후임을 바로 임명할 수 있으며, 후임으로는 조성은 사무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방통위는 당분간 위원장 직무대행도 없이 사무처장이 사무처만 총괄하면서 이진숙 후보자와 이 부위원장의 후임 임명을 기다려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진숙 후보자의 신경전. 연합뉴스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진숙 후보자의 신경전.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사흘로 연장됐다. 장관급 인사청문회의 경우 보통 하루에 끝나는 데 이 후보자의 경우 이틀에서 사흘로 더 늘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방통위원장 또는 직무대행은 마치 저주를 받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위원장이 윤 정부에서 1년이나 더 위원장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가 이동관, 김홍일 등 윤 정부 인사가 방통위원장에 취임했지만, 야당의 반복된 탄핵소추 압박에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이상인 직무대행까지 합치면 무려 3번째다.

 

이들이 자진 사퇴한 것은 탄핵소추 발의로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기다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헌재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임기가 끝나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위원들이 다시 연임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이 앞서 이진숙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방통위원장 자진사퇴를 감수해서라도 MBC 대주주인 방문진에 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벌어진 2017년 MBC 파업과 최승호 사장 취임 후 ‘노영방송’ 논란이 확산한 상황에서 MBC 정상화를 위한 ‘최종병기’로 이진숙 내정자를 발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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