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취약’ 이주여성 느는데… 경기도 피해 지원 전무 [인신매매 보고서]

도내 예술흥행비자 발급 여성 증가세
다수 유흥시설行… 성착취 수단 전락
정부, 도에 권익보호기관 추진 ‘무산’
道 “지자체는 수사권 없어 한계있지만
성범죄센터 연결 등 피해자 보호 노력”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인신매매 범죄에 취약한 이주 여성이 경기지역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경기도내 지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술흥행(E-6)비자를 통해 입국한 이주 여성들이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에서 술을 따르거나 성매매·유사성행위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예술흥행(E-6)비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연예, 연주, 연극, 운동경기 등의 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이른바 ‘연예인 비자’로 불린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기지역에서 예술흥행(E-6)비자를 발급받은 여성 수는 2019년 768명, 2020년 638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1년 647명, 2022년 657명, 지난해 900명으로 다시 증가 추세다.

 

이런 가운데 E-6 비자를 받은 여성들이 외국인 전용 유흥음식점 등 유흥시설에서 가수가 아닌 성 착취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인신매매의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상대로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 부처 및 지자체 등과 합동 점검을 실시,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된 업소 14곳에 대해 시정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한시적 단속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경기도에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는 권익보호기관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인신매매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경기도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전담기관인 권익보호기관이 없으면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기 어렵다”며 “인신매매 방지법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권익보호기관을 설치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다만, 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연계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인신매매 피해자, 체계적으로 보호·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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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미 두레방(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활동가가 경기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보호·지원하기 위해 처벌 강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오종민기자

 

전문가들은 인신매매방지법이 제정됐음에도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없다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보호·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수미 두레방(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활동가는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됐지만 가해자 처벌 규정은 기존의 성매매방지법을 적용하고 있어 의미가 없다”며 “또 가해자 측에서 부인하면 불기소나 불송치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성매매 강요 등으로 신고해도 수사기관에선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과 수사 범위 확대를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만 조사할 게 아니라 이주 여성들을 업주에게 파견하는 기획사부터 수사를 시작해 인신매매 착취 구조 전체를 포괄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피해자 확인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해 피해자 지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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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본인 제공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라며 “피해자가 체류 자격 변경이나 벌금 문제 없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피해자 지위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입증 절차만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며 “피해자들을 즉각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복잡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중앙인신매매등피해자권익보호기관’만으로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하기 역부족”이라며 “각 지자체에 권익보호기관을 설치해 통역이나 경제적인 지원 등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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