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갇힌… 인천지역 학교 밖 청소년 [집중취재]

어릴적 집단 따돌림 트라우마 겪고 공항장애·우울증 앓아… 결국 자퇴
인천 학업중단 청소년 3년새 74.2%↑...자퇴생 51.1% ‘학교 그만두고 힘들다’
안전·건강한 성장 지원 제도 시급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학업중단)’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 투데이 제공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학업중단)’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대낮에 학교를 안가다 보니 ‘사고를 쳤구나’라는 등의 시선을 많이 받죠.”

 

인천에 사는 A양(18)은 초등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따돌림의 후유증이 그를 괴롭혔다. 결국 A양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자퇴했다.

 

이런 A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A양은 “고등학교 자퇴를 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막연하게 ‘불량 학생’이라고 낙인을 찍는다”며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감내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따돌림의 후유증 탓에 학교를 벗어났지만, 또다른 정신적인 후유증이 여전히 A양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A양은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심리적인 불안감 등은 여전하다”며 “그래도 새로운 인생의 미래를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학업중단)’의 수가 최근 3년 사이 74% 급증하는 등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 같은 학생들이 자퇴 뒤 심리적인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인천시와 인천여성가족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은 지난 2021년 1천482명, 2022년 2천109명, 지난해 2천582명으로 3년 사이 1천100명(74.2%) 증가했다. 재단은 현재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이 최대 1만5천752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인천의 전체 청소년 30만6천493명 중 5.1%에 이르는 수치다.

 

재단의 실태 조사에서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가정 환경과 학업 부적응 등의 환경적 요인이 62.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과 출국을 위한 학업 중단은 32%이다. 단순히 ‘자퇴 학생은 문제아’라는 인식이 틀린 것이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대부분은 자퇴 뒤 대인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이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학교를 그만두고 힘들다’고 답했다. 힘든 이유로는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단절 및 새로운 친구 만들기 등에 대한 고민이 32.4%로 가장 많고, 뒤이어 사람들의 선입견·편견·무시가 12.2%, 진로 찾기의 어려움 12.2%, 무기력함 11.2% 등 순이다.

 

이성학 ‘세상이 학교인 자퇴생’ 대표는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퇴 뒤 관계 단절 등으로 인한 무기력함을 경험하고 심리적으로 힘들어 한다”며 “이런데도 학생들은 맘편히 기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당국이나 지자체가 학교 밖 청소년이 잘 성장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도록 보편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수업에서 대면수업으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학업 부적응 학생들의 학업 중단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