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관심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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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지역 청년들 목소리

“도내 방방곡곡 다니며 열띤 취재 보람, 지역 특성 고려… 다양한 청년 정책을”

 

"무언가 청년들을 서울로 갈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점점 서울은 '기회의 땅', 경기도는 '징검다리' 같았죠. 우리는 경기도 사람인데 왜 서울로 가고 있는지를 여러 영역에서 직접 알아보고 싶었어요."

 

아주대학교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 ADDRESS는 최근 반년가량 경기도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경기도에서 살아가는 한 청년으로서 '생생한 우리 목소리'를 내보겠다는 의지였다. 이들 모두 현재 도내 거주 중인 1999~2002년생 '지역 청년'이다.

 

첫 발을 뗀 건 지난 2월13일. 경제학과 윤주선,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경영학과 임승재 씨가 경기일보에 연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경기도의 베드타운 현실과, 경기도에서 살고 싶은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기사를 작성해보고 싶다"며 "지역과 청년을 다루는 기획물을 경기일보와 함께할 수 있을지 제안드린다"고 했다.

 

경기일보는 이 제안에 응해 7월 현재까지 ADDRESS의 취재 및 여타 활동 일부를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기사 구성이 바뀌고, 취재 내용도 변하는 동시에 '중간·기말고사'도 치뤄졌다. 승재 씨는 입대를 하기도 했다. 평범한 대학생인 이들은 왜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을 구상하게 됐을까.

 

윤주선 씨는 "경기도에선 어디 한 번 이동할 때 '1~2시간 걸리는 건 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편하게 얘기하던 이 주제는 점점 청년 문제, 지역 문제로 커졌다"며 "'이동시간'이라는 하나의 맥락에서만 이해할 게 아니라 여러 현상을 살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는데 취재 과정에서 '인구 문제'도 결부됐음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제 시각을 확장할 수 있던 좋은 기회였다"고 평했다.

 

'대학생'들이 수 편의 기사를 취재하고 작성하기까지 고초도 많았다. 베드타운으로 점쳤던 지역이 통계상 '베드타운'이 아니었고, 당초 구상하던 기사 주제가 180도 틀어지던 식이다. 이들은 취재 과정을 회상하며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웃어보였다.

 

정민규 씨는 "경기도 31개 시·군을 자세히 아는 게 아니여서 현장을 가더라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가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가보니 생각과 현장이 똑같은 곳도 있었지만, 정반대인 곳도 있었다"며 "경기도 지역이 워낙 넓고 교통 인프라가 제각각이라 이동 등이 불편한 점은 어려움이 컸다. 전반적으로 취재를 하며 느낀 건 지역별 특성에 맞춰서 다양한 개발 및 홍보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ADDRESS의 팀장 역할을 한 건 이자민 씨다. 길거리에서 인터뷰를 하려다 제지 당하기도, 전문가 섭외를 거절 당하기도 하면서 끊임 없는 '기사 피드백 지옥'에 빠졌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회의에 회의를 더했다.

 

자민 씨는 "확실히 두 눈으로 보니까 생각할 점들이 많아졌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편견이지만 통상적으로 '경기도가 강원도보다 인프라가 좋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제가 여주나 양평 등을 다니면서 느낀건 오히려 원주보다 낙후된 느낌이 있다는 거였다. 경기도(수도권) 틀에 묶여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못 보고 있었고, 동네에서도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 활기가 없었다"며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오는 게 아니라 잠시 놀러오기만 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미래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른 계열의 취업을 희망한다.

 

팀원들은 "각자 꿈에 맞게 시험도 보고 공부도 해야 하는데, 경기도에는 시험장이 하나도 없고 괜찮은 학원도 없어서 강남으로 향한다"며 "서울을 워낙 자주 가다 보니까 거리 감각이 둔해진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군인' 임승재 씨는 "기획 초반 방향성을 잡는 것부터 어려웠고, 대학 학보사에서 기사를 쓰던 것과는 틀이 많이 달라 글을 쓰는 것 또한 어려웠다"며 "성공적으로 기사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기도의 슬로건이 '기회의 경기'인데 실질적으로 각 지자체가 내놓은 정책들은 다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지역 내 청년 일자리를 유치한다면서 서울로의 접근성을 동시에 홍보하고 있는 모순적인 정책을 실제로 접하다 보니 놀라웠다"며 "이번 취재를 통해 경기도 청년으로서 경기도 청년을 위한 기사를 썼다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이 모든 과정을 완수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경기일보에 제안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경기도와 경기일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주선 씨는 "기획을 논의했던 첫 계기가 '경기도 청년의 일상'이었던 만큼, 지역을 비추는 데에는 지역 매체인 경기일보와 함께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받아줄까’ 싶었는데 긍정적인 답을 받아 기뻤고 사회의 많은 문제를 파악하며 배울 수 있던 시간이라 감사했다"며 "경기도가 서울로 가는 징검다리에 그치지 않도록 다방면에서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규 씨는 "경기도엔 교통비나 토익시험비를 지원해주는 등 청년과 친숙한 정책들이 다양하게 있다. 평택이나 안산 등은 청년을 유입하기 위해 추진되는 일자리 사업들도 많다"며 "하지만 여전히 청년은 서울로 향하고 있다. 그 정책들이 얼마나 유의미한지는 애매하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이제는 '서울공화국'을 벗어날 수 있도록 지역별 특성에 맞는 청년 정책이 펼치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민 씨는 "10년 전엔 금융권이, 이후엔 공대가, 지금은 스타트업이 취·창업 붐을 이끄는 것처럼, 이젠 대기업만이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설령 일자리 질이 낮더라도 주거·복지·워라밸·치안 등 복합적인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면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다"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갖출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관심 가져주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승재 씨는 "향후 도내 대부분 지역들이 인구 소멸 지역으로 접어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약 20년 살아온 제 고향이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며 "이번 기사를 통해 경기도의 긍정적 변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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