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남公 생색 낼 부담을 왜 고용 강사 몫에서 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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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도시공사 전경. 하남시 제공

 

갑은 ‘갑을(甲乙) 관계’에서 강자를 뜻한다. 여기에 ‘질’을 붙여 ‘갑질’이라 한다. 접미사 ‘질’은 부정적으로 통한다. 결국 갑질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 통상 ‘갑’은 대등한 계약이라고 말한다. 반면 ‘을’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강자와 약자라는 관계가 그 한계다. ‘내심 하고 싶지 않은 계약’ 또는 ‘어쩔 수 없이 동의한 약속’인 경우가 많다. 갑질의 본질이다.

 

하남도시공사에 최근 관련 논란이 있다. 공사의 체육 강습 프로그램 관련이다. 풍산멀티스포츠센터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다. 수영과 아쿠아로빅 등 5개 종목을 운영한다. 체육·주차·편의시설 완비로 시민 반응이 좋다. 최근 의미 있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다자녀 가구를 우대하는 정책이다.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 또는 양육하는 하남지역 가정이 대상이다. 공사는 이들에게 30%의 이용료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좋다고 소문 났다.

 

문제는 할인되는 30%의 부담이다. 알고 보니 공사는 50%만을 부담한다. 나머지 50%는 강사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탁구 강습 강습료는 13만2천원이다. 다가구 가정이라면 30%를 할인받는다. 이 중 절반인 2만여원을 강사가 부담한다. 배드민턴의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9만9천원의 이용료 가운데 1만5천원을 강사가 부담한다. 쉽게 설명하면 강사들이 출산 정책 예산을 대는 것이다. 강사에게 의무가 있을까.

 

통상 강사 수입은 적다. 풍산멀티스포츠센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탁구는 월 8회 기준, 회당 15분 안팎을 교습한다. 그리고 13만2천원이다. 배드민턴도 평일 월 8회 기준, 회당 10분이다. 9만9천원이다. 수입보다는 재능기부로 여기는 강사들도 많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할인 부담이 더 커 보인다. 여기에 수혜자들의 불편 호소도 문제다. 강사료를 떼는 다자녀 이용자들이라서 받게 될지 모르는 불편함이다. 현실성 있는 걱정이다.

 

하남도시공사라면 시의 기관이다. 사실상 하남시 뜻으로 여겨진다. 하남시 출산 장려 정책이다. 이런 예산을 왜 강사에게 부담시키나. 시 관계자는 ‘강사와 계약시 합의된 사항’이라서 문제 없다고 했다. 글쎄다. 이런 계약을 공정한 계약으로 봐야 할까. 누가 봐도 시(공사)는 갑이다. 을 입장에 놓인 강사들이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진정한 평등 계약이라면 애초부터 없었어야 할 항목이다. 바꾸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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