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겉과 속 아픔을 지우며 제 삶에도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있어요.”
가정의 문제를 자해로 토로하고 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문신으로 표현하는 위기청소년들이 있다. “도와달라”고 외치는 대신 조용히 자기 몸에 상처를 낸다. 이광호 부천 청담나인 성형외과·피부과 대표원장(50)은 이러한 아이들의 ‘흉터’를 무료로 지워주며 보듬는 의사다.
봉사 시작은 지난해 7월, 경기도청소년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위기청소년 상처 제거 지원사업’에 이 원장이 동참을 결정하면서부터다.
이 원장은 “예전부터 기부나 봉사활동 등에 관심이 많았다. 센터의 사업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기회다’ 싶은 생각이 들어 수락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일반적으로 문신 및 자해 흔적을 제거하는 건 최소 1년이 걸리는 대시술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긴 시간 동안 위기청소년을 만나며 이들의 몸에 난 흉터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들여다보겠다고 다짐했다.
수원, 광명, 부천 등 여러 지역 곳곳에서 몸과 마음에 흉터가 남은 아이들이 이 원장을 찾아 병원에 왔다. 현재까지 흔적을 지운 아이만 50명이다.
센터에서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 원장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자해하는 아이들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문제는 마음이 튼튼해져야 해결되는 것이니 내가 (삶에서 배운) 아는 것들을 알려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힘든 일들이 오히려 자양분이 돼 좋은 쪽으로 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건 가정폭력으로 인한 자해 사례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치료를 해줘도 다음 치료 때 새로운 흉터를 만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근본적인 아픔을 해소해야 한다’고 느끼곤 했다.
이 원장은 “커다란 문신을 새긴 비행청소년이라도 막상 대화를 해보면 착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며 “가정 내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자해가 반복돼 안타깝다. 아이들의 사정 등을 따스하게 보살피고 이해해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남을 도우려면 나부터 잘살아야 한다. 봉사하는 게 내게도 더 열심히 사는 동기 부여가 되는 이유”라며 “앞으로도 병원 상황이 허락하는 한 위기청소년들의 상처 제거 봉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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