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치면 강력범죄까지… 조현병 재활 기관 ‘태부족’

조현병 매년↑… 꾸준한 치료 핵심, 회복지원사업 예산·운영난 한계
도내 센터 고작 3곳 ‘참여율’ 저조... 복지부 “사업 확장 예산 확보 온힘”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이미지투데이

 

#1. 30대 남성인 A씨는 지난해 60대 아버지의 오른쪽 목과 얼굴 등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그가 받은 형량은 징역 18년. A씨는 자신의 일기장을 아버지가 버렸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잠을 자기까지 기다렸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과거 10년간 조현병으로 입원 치료 등을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2. 망상에 사로잡혀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를 죽이겠다며 흉기를 들고 찾아간 40대 남성 B씨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 2006년 조현병 진단을 받았는데, 목사가 자신을 감금하고 십자가 앞에서 뱀을 죽여 자신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등 망상에 사로잡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마귀가 시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살인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조현병 환자 관리를 위해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재활 기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참여 인원도 미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19년 ‘조현병 진주 아파트 살인사건’ 이후 조현병 환자를 관리할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지역사회가 조현병 환자를 돌본다는 취지의 회복지원사업이 시작됐다.

 

회복지원사업은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정신건강병원에서 퇴원했거나 외래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 방문이나 전화 상담, 정신재활훈련 등을 통해 환자 맞춤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의 핵심은 입원 치료뿐 아니라 퇴원 후에도 외래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다. 병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경우도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회복지원사업을 진행하는 지역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의 9개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22년 화성을 시작으로 현재 용인, 구리 등 3곳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이 마저도 참여 인원이 적다. 올해 기준 화성 251명, 용인 81명에 불과했으며 구리의 경우 지난해 사업을 시작해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조현병 환자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 기준 조현병 환자 수는 2021년 12만720명, 2022년 12만979명, 지난해 12만1천113명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회복지원사업 이외에도 각 지역 센터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사례 관리를 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예산이 없어 사업을 늘릴 계획은 없다. 다만 사업 확장을 위해 예산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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