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작은 건물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지금이 바로 청춘”이라고 말하며 당당한 걸음을 걷는 이들이 매일 모인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라고 적힌 이 곳엔 하얗게 센 머리와 얼굴에 굽이굽이 꽃 핀 세월의 이야기를 안고 당당하게 자신을 발산하는 ‘시니어 모델’들이 도전의 삶을 일궈나간다.
지난해 창단된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에는 현재 250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시니어들의 새로운 도전을 돕고 있는 심미경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장(57)은 “시니어 모델은 패션, 광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라며 “그들의 경험과 독특한 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패션과 뷰티 산업에서 나이와 경험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파트 형틀 목수팀장으로 건축 일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심 회장은 스스로가 “시니어 모델로 새로운 인생을 열게 된 주인공”이라 말한다.
“흐른 세월만큼 나이가 제법 들었는데 이제 옆에서 편하게 일상과 삶의 즐거움을 나눌 벗이 없더라고요. 어떤 것을 즐기고 기뻐할지, 무엇을 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맞이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친구 사귀는 법’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동네 정보지에 친구 사귀는 광고를 내볼까 생각까지 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시니어 모델을 알게 돼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열심히 하는 것은 뭐든 자신이 있었다. 베이직 워킹클래스 과정 수료에서 시작해 KW국가대표 모델선발대회, 클래식 모델대회 탤런트상, GMAEA 탑모델상 등 상을 수상하며 국제외교문화홍보대사, 각종 패션갈라쇼와 드레스패션소 등을 총괄하고 연출했다.
바른 자세와 바른 걸음을 하고, 마음에 새로운 꿈을 싹 틔우니 삶이 확 달라졌다. 무엇보다 살면서 조금씩 구겨졌던 몸과 마음이 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더 소중히 돌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삶에 활기가 돌았다.
“함께 하면 더 재밌고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에 지난해엔 시니어 모델 양성 전문 교육장인 행복채움을 설립하고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를 창단해 협회장에 취임했다.
올해엔 수원전통문화관에서 수원화성행궁알리기 한복패션쇼 개최,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개관식 오프닝 패션쇼를 총괄하고 팔달노인복지관 ESG 시니어모델공개 오디션 심사위원, 2024 혜경궁홍씨선발대회 심사위원, 지역 복지관 등에서 강좌를 여는 등 바쁘게 활동 중이다.
협회엔 40대 중반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이들이 활동 하고 있다. 평생 주부였던 이들, 삶이 무료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이들,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쌓고 싶어 배우고자 도전한 40대, 더 자신있고 멋지게 나이들고 싶어 얼떨결에 발을 들였다가 동네 친구 10명을 더 데리고 온 어르신까지.
특히 30여명의 실버세대가 활동 중인 ‘70 플러스 다시 봄’은 협회의 핵심이다. 평생 주부로 가족과 시어머니를 돌보고 살던 안혜숙 실버회장이 우연히 참여했다가 “내가 해보니 재밌고 행복해서” 지인 10명을 데리고 왔다. 이후 실버군단에 자연스럽게 활기가 돌고 힘이 생겼다.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는 지난 8월23일 1주년 발대식을 개최하며 1기 졸업생 배출과 지역사회에 펼친 활동 등 그동안 바쁘게 걸어온 첫 해를 함께 돌아봤다.
회원들은 워킹 연습 등을 제외하고도 지역의 의미있는 일에도 함께 나선다. 최근엔 수원전통문화회관에서 한복을 입고 수원화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 등에 참여했다.
심 회장은 “해가 뜰 때 태양이 더 이글거리며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니어 회원들이 다시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서 또는 삶의 어떤 목표를 위해서 자신을 누르고 표현을 잘 하지 못했던 시니어 분들이 어찌 보면, 이제라도 자기 표현과 자아 현을 가장 하고 싶은 분들인 것 같아요. 시니어들이 시대에 맞게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도와드리는 게 무엇보다 가장 보람있습니다.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10일 경기교총 웨딩하우스에선 경기수원시니어모델협회가 주최하는 1주년 기념축제 ‘행복채움 패션 쇼’가 열린다. 시니어 모델 90여명이 참여해 화려한 런웨이와 새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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