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은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재정 분야에 직접 민주주의를 반영, 예산의 투명성 등을 높인다는 취지다. 2011년 지방재정법에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곳곳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에서도 그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다. 관련 예산은 급격히 불어났지만 투명성 등과는 오히려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근거 없는 의혹들만은 아니었나 보다. 인천시가 자체 감사를 통해 그간의 논란들을 들여다본 결과다.
최근 인천시가 민선 7기 전임 시정부의 주민참여예산 사업 감사 결과를 내놨다. 우선 지자체가 위탁할 수 없는 고유사무를 위법하게 민간에 위탁했다고 판단했다. 바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운영 업무다. 또 민간위탁법인 회원과 관련자 21명에게 모두 4억100만원의 인건비성 예산을 지급해 공정성을 저해했다고 봤다.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의 민간지원관, 강사, 운영위원, 자문위원 등의 명목으로 인건비를 준 것이다.
강사의 경우 주민참여예산 관련 활동 경력이 없는 6명을 부적정하게 선정했다. 일부는 강사 등급을 실제와 다르게 산정, 수당을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2019~2022년 주민참여예산사업인 ‘평화도시 조성 공모사업’도 들여다봤다. 17개 민간단체에 모두 9억1천5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 사업이다. 당시 공모사업심의위원회는 30명이었다. 그러나 민간 심의위원 7명이 속한 단체들이 매년 사업에 응모해 탈락없이 선정됐다. 이 결과 4억3천500만원이 지원됐다. 이 밖에도 보조금에 대한 증빙자료가 부족하거나 보조사업자 소속 직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나왔다.
인천시는 민간위탁사업과 보조금 선정·집행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주민참여예산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민선 7기 출범 이후 종전 14억원이던 것이 480억원대로 늘어났다. 무려 35배 수준의 팽창이다. 민선 8기 출범 이후에는 지난해 196억원으로, 올해 다시 33억4천만원으로 줄었다.
최근 내년도 주민참여예산 8개 사업의 내용이 나왔다. 지진 옥외대피 장소의 안내표지판 확대나 비상시 국민 행동 요령 홍보물품 배부 등이다. 백령도 두무진항 크레인 설치, 주안역 남광장 경관 개선, 인천 전입 청년 이사 지원 등도 있다. 꼭 주민참여예산이어야만 하는 사업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초·광역의원들이 먼저 나설 일들 아닌가. 정작 주민이나 시민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주민참여예산. 존재의 이유부터 원점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