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애인, 내달 1일부터 서울서 '없던 공연' 장애인 배우들의 삶 4년간 탐구한 결과물 연출가 "신체 다름 넘어 고유성 발견하길"
한 장애인 배우가 무대에 서 있다. 그의 연기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비장애 연극을 바라보는 잣대와 동일하게 얼마나 대사를 완벽하게 암기하고, 이를 훌륭하게 연기로 표현했는지가 될 수도, 혹은 장애를 ‘극복’하고 연기를 펼쳐냈다는 사실에 대한 찬사와 감탄이 될 수도, 혹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제3의 무언가, 그가 보여준 '고유성'에 대한 발견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미학’의 기준은 비장애인의 예술성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그 미학이라는 것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내보고, 어쩌면 예술을 바라보는 데 새로운 기준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관객이 한 번쯤 느껴본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극단 애인의 ‘없던 공연 - 어느 장애연극인들의 욕망에 대한 기록’에서 연출을 맡은 강예슬 감독에게 장애 연극, 장애 예술이 갖는 의의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말처럼 ‘없던 공연’은 장애 연극을 둘러싼 서로 다른 관점과 신념을 담아낸 작품. 그 속에는 동시대 장애 연극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여러 힘의 충돌이 담겨있다.
지난 2007년 창단한 극단 애인은 장애 연극배우들로 구성, 장애인의 삶을 담아낸 이야기부터 고전 작품을 재해석한 무대 등 매년 두 차례 이상 관객에게 무대를 선보이는 전문 극단이다.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지체 장애인의 호흡과 연기법부터 장애 연극에 대한 비평 등 장애배우의 훈련과 연기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없던 공연’은 지난 4년간 이들이 목격하고 탐구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총 2막으로 구성된 작품은 극중극으로 진행된다. 1부는 연극 무대를 준비하는 한 극단의 모습을, 2부는 연극이 종료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무대는 ‘남들보다 몇 배는 길고 굵직하고, 밥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코’를 가진 한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 ‘코’를 각색,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공연을 열흘 앞둔 시점. 개개인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밀어붙이는 ‘연출가’와 장애의 관점과 태도를 반영하려는 ‘작가’는 갈등하고, 그 사이 몸이 통제되지 않는 순간이나 휠체어 움직임을 부각하는 연기 등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데 심취한 ‘배우’들은 충돌하고 만다. 그러는 새 공연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마침내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배우들은 텅 빈 무대에 남겨진다.
이처럼 작품은 연출가-작가-배우-관객이라는 서로 다른 주체가 각각 느끼는 감정과 시선의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은 장애 연극과 예술, 연기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혹은 평가하면 좋을지에 대한 ‘답’을 내리는 대신 한 번도 그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을 누군가에게 그 기준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제안을 던진다.
강예슬 연출가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연기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도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배우가 갖는 고유성은 단순히 ‘신체의 다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들이 신체를 운용하는 방식에서 또 다른 고유성이 드러날 수 있고, 어쩌면 그 안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이나 감각을 발견하는 게 예술과 미학이 아닐까 싶었다. 관객들이 그러한 발견을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공연은 다음 달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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