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탄생시킨 英 '테크시티' [미리보는 베이밸리 메가시티③]

③ 알파고를 탄생시킨 英 '테크시티'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 지역에 있는 구글 사무실 앞에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영준기자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 지역에 있는 구글 사무실 앞에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영준기자

 

8년 전,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인공지능의 승리. 그럼에도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알파고를 만든 건 딥마인드라는 곳으로, 영국 런던의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여타 다른 도시들과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4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경제 거점인 베이밸리 메가시티를 건설 중인 경기도와 충남도가 눈여겨 봐야할 곳임은 분명했다. 경기일보와 충청투데이가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생생한 변화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아봤다. 편집자주

 

14시간의 기나긴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영국 런던의 히스로 국제 공항. 이곳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약 1시간 20분 가량을 달려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에 도착했다. 답답한 지하철 역을 나와 처음 마주한 풍경은 여느 대도시의 평범한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거리는 깔끔했고, 화려한 빌딩들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런던 동부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곳 중 하나라는 이야기와 다르게 도시는 조용하고 평온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쇼디치(Shoreditch) 지역과 더불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로 공장과 창고들이 밀집한 산업 지역이었다. 실업률도 높았고, 상업 활동도 활발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배경 덕분에 오히려 저렴한 임대료와 곳곳에 넓은 공간들이 많아 자연스레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예술활동이 주된 분위기로 자리잡았지만, 본격적인 변화는 2010년대 이후부터였다. 영국 정부가 테크시티(Tech City)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이 지역을 기술 허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런던의 올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실리콘 라운드어바웃(Silicon Roundabout)'. 각종 기술 스타트업, 창업 인큐베이터,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입주해 있는 테크시티(Tech City)의 중심지다. 장영준기자
런던의 올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실리콘 라운드어바웃(Silicon Roundabout)'. 각종 기술 스타트업, 창업 인큐베이터,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입주해 있는 테크시티(Tech City)의 중심지다. 장영준기자

 

■ 런던의 실리콘 밸리 '올드 스트리트'

 

본격적인 개발과 함께 올드 스트리트는 '실리콘 라운드어바웃(Silicon Roundabout)'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수많은 기술 스타트업, 창업 인큐베이터,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들어섰다. 실제로 올드 스트리트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업무 공간들이 빌딩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스카이라인을 채우는 화려한 빌딩들로 가득했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IT 직군 종사자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무실 내부에는 커다란 모니터를 최소 2개 이상씩 설치해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도 꽤나 익숙하게 다가왔다.

 

급격한 변화는 언제나 부작용을 동반한다. 올드 스트리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발이 이뤄지면서 지역 경제는 성장했지만, 주거 비용이 상승하면서 저렴한 임대료를 좇아 이곳까지 온 많은 예술가들과 저소득층 주민들은 살 곳을 잃어갔다.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건물 사이나 지하철 역 주변, 길거리에서는 노숙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밤이 되면서 곳곳에서 눈에 띄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고급차를 타고 턱시도를 말끔하게 차려 입은 이들의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런던 올드 스트리트 역에서 바라본 테크시티(Tech City)의 모습. 장영준기자
런던 올드 스트리트 역에서 바라본 테크시티(Tech City)의 모습. 장영준기자

 

그럼에도 이곳은 유럽을 대표하는 기술 허브 중 하나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많은 스타트업은 물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이 지역에 사무실을 열었다. 자연스레 고급 기술 산업 및 혁신 생태계가 형성됐고, 일자리도 많아졌다. 동시에 이 지역의 정체성과 같았던 예술적 분위기도 일부 지켜냈다. 덕분에 이곳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담아놓은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런던 동부에 위치한 디지털 미디어 허브 히어 이스트(Here East) 전경. 이곳에는 각종 기술 회사, 스타트업, 연구 기관, 대학 들이 입주해 있다. 장영준기자
런던 동부에 위치한 디지털 미디어 허브 히어 이스트(Here East) 전경. 이곳에는 각종 기술 회사, 스타트업, 연구 기관, 대학 들이 입주해 있다. 장영준기자

 

■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공존하는 '히어 이스트'

 

시선을 강탈하는 화려한 그래피티들이 가득한 해크니 윅을 지나 도착한 곳은 런던 동부의 또 다른 혁신 및 디지털 기술 허브인 히어 이스트(Here East)다. 이곳은 각종 기술 회사, 스타트업, 연구 기관, 대학 들이 입주한 일종의 협업 공간이다. 특히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하는 플렉살(Plexal)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각종 스타트업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교류하며 협업하고 성장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곳이었다.

 

Plexal 관계자는 "현재 5개의 학교, 120개의 회사가 입주해 업무는 물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부분 신규 기술들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극비이다"라고 설명했다.

 

Plexal을 나와 곧바로 킹스 크로스에 위치한 구글 사옥으로 향했다. 이곳은 무려 300m의 옥상 정원이 있고, 건설비용만 1조4천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도착해 눈에 들어온 건 회사라기 보다 예쁘게 꾸며진 공원같았다. 점심이 지난 오후 시간임에도 잠시 사무실을 나온 직원들은 함께 모여 간식을 나눠 먹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런던 무어게이트 역 주변에 가득한 고층 빌딩들. 이곳은 현대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며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본사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장영준기자
런던 무어게이트 역 주변에 가득한 고층 빌딩들. 이곳은 현대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며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본사를 비롯해 다양한 금융회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장영준기자

 

■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라"

 

당초 영국 정부가 두 팔을 걷어부치고 테크시티 프로젝트에 나선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테크시티만의 독특한 창업 생태계가 구축됐고,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실리콘 밸리와 같은 기술 중심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글로벌 기술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금의 혁신을 만들어준 창업 인큐베이터를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형 실리콘 밸리'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영국의 테크시티와 성격은 다르지만 첨단 기술 중심지를 개발하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도모, 창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경기도와 충남도의 협력을 바탕으로 330만의 인접지역 인구,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기업들, 30개 이상의 대학, 수도권까지 연결된 교통요지라는 이점을 활용한다면 테크시티를 넘어서는 동아시아의 중심 기술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테크시티가 영국에 그러했듯,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장기 전략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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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기술 달고… 창업 세계 열어라 [미리보는 베이밸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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