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이상이 임금체불의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임금체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를 1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39.4%가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대응방식을 물었더니 '회사를 그만두거나'(25.1%) '모르는 척'(16.8%) 했다는 응답이 41.9%에 달했다. 특히 임금체불 이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은 정규직(21.1%), 300인 이상(25.6%)보다 비정규직(32.6%), 5인 미만(37.5%)에서 높게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직장인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었다. '심각하다'는 응답은 69.9%로, 지난해 같은 조사 당시 66%보다 3.9%p(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한 이유에 대해선 '임금체불 사업주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5.7%로 가장 높았다. '사업주가 지불 능력이 없어서'라는 답변은 26.4%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55.5%가 '임금체불 신고 후 합의해도 사업주 처벌(반의사불벌죄 폐지)'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그 외 '체불임금 지연이자제 모든 임금체불에 적용'(36.1%),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에서 5년으로 연장'(33.5%) 등 순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꼽았다. 당장 사정이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사용자가 체불 임금의 일부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처벌불원서를 써 달라 요구하거나 근로감독관이 나서서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0월 23일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명단 공개 사업주가 다시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명단 공개 사업주가 되기 위해선 3년 이내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된 상황에서 명단 공개 기준일 이전 1년 이내 임금체불액이 3천만원 이상이어야 해 법 개정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임금체불 신고사건 처리현황에 따르면 2022년 임금체불 신고 사건 중 사법처리된 사건은 22.6%, 기소의견 송치 사건은 12.7%에 불과하다.
직장갑질119 조주희 노무사는 "임금체불은 엄연히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행위에 해당하나 '반의사불벌죄'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그 심각성도 가려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반의사불벌죄를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실효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이번 개정안에선 임금채권 소멸시효도 연장되지 않아 피해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 역시 확대되지 못했다"며 "이번 개정안을 보완해 효과적인 임금체불 해결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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