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 4곳이 거부한 16세 소년이 죽었다... 계속 환자 죽일거면 의료개혁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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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KAMC 이사장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야모야병을 앓던 16세 환자가 숨졌다. 영정 사진에는 교복을 입은 아들이 웃고 있다. 어머니의 피를 토해내는 듯한 오열이 전해졌다. “남편이 저한테 그냥 보내 주자 했어요. 고생했으니까 보내 주자고. 우리가 너무 많이 잡았다고.” 이 아들의 안타까운 마지막 날이 보도됐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코앞 대학병원을 두고 다른 지역을 찾아야 했다. 끝내 사망했다. 어머니는 “나는 아들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절규했다.

 

환자가 쓰러진 것은 지난달 15일 0시30분이다. 수원시 우만동 집에 구급차가 긴급 출동했다. 70분 만에 수원시 권선구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 측이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전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받아 주는 병원이 없었다. 수원에 있는 대학병원은 전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용인에 있는 대학병원, 서울의 한 대학병원도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 결국 15㎞ 떨어진 군포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신고 후 6시간이 지났고 결국 사망했다.

 

환자의 생명은 꺼져 가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에게는 피 마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들을 거부한 병원들이 들었던 이유가 전해졌다. 서울의 대학병원은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다’고 했고, 용인의 대형병원은 ‘인력 문제로 답변에 시간 걸린다’고 했고, 수원의 대형병원은 그냥 ‘전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또 다른 수원의 대형병원은 연락도 닿지 않았다. 이게 그날 0시부터 6시간 동안의 대한민국이다. 의사·병실 없어 환자가 숨져 간 나라였다.

 

진료 거부는 당연히 조사돼야 한다. 의료법에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런데 이런 사법 기능이 작동하게 될지 의문이다. 18개월 영아가 손가락이 절단됐다. 부모가 부둥켜안고 사방을 뛰었다. 병원 15곳에서 수용을 거부했다. 이런데도 추상같은 의법 조치는 없다. 의사가 국가와 따로 논다. 공권력이 사라진 의료 통제 불능이다.

 

끝 모를 의료 사태다. 파국을 조정하려던 여·의·정 협의체도 좌초됐다. 쟁점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였다. 수시 미충원 인원 100명 정도가 있다. 이걸 정시로 넘기지 말자고 요구했다. 예비 합격자 규모도 줄이자고 했다. 의대 정원을 ‘약간’ 줄이자는 요구다. 정부가 ‘수용 불가’를 고수하며 협의체가 해체됐다. 이러는 사이 환자들이 병원서 거부당하고 있다. 더러는 참담하게 죽어 가고 있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환자 목숨 위에 의료개혁 있나.

 

윤석열 정부에는 30년짜리 치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길을 헤매는 환자에게는 30분이 지옥이다. 환자 희생 담보 잡는 개혁이라면 접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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