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대신 응원봉 든 청년들…‘형형색색’ 탄핵 물결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근 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있다. 조병석기자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근 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있다. 조병석기자

 

인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10~30대가 대거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 등 주축이 되고 있다.

 

9일 오후 6시30분께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 거리. 무대 앞에 앉은 청년 참가자들의 손에는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이 들려 있다. 하트·별·네모 모양 응원봉에서 나오는 빨강·파랑·초록색 빛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남동구에서 왔다는 정채민양(13·가명)은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며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하고 밝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근 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있다. 황남건기자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근 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손에 들고 있다. 황남건기자

 

거리에선 투쟁가 대신 K팝이 울려 퍼진다. 청년 참가자들은 K팝 음악에 맞춰 응원봉과 ‘윤석열 정권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흔든다. 또 가사를 개사해 ‘구속해’, ‘탄핵해’ 등을 크게 외친다.

 

김민지씨(가명·24)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집회라 분위기가 무거울 거라 생각했지만, 익숙한 K팝이 들리니 즐기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서씨(27·연수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회 예고를 보고 분노에 찬 마음으로 참석했다”며 “K팝도 따라부르고 신나는 분위기 속 집회라서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이어 “신나는 분위기 때문에 또래들이 많이 참여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회대전환·윤석열정권퇴진 인천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천여명, 경찰 추산 1천여명이 참가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탄핵소추안 무산 이후 인천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다.

 

인천운동본부는 당초 1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배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면서 백화점 앞 거리를 비롯해 시민들이 지나는 보도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인천대 학생 장기훈씨는 “기말고사 시험 공부를 뒤로 하고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도저히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시험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은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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