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10~30대가 대거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 등 주축이 되고 있다.
9일 오후 6시30분께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 거리. 무대 앞에 앉은 청년 참가자들의 손에는 촛불 대신 아이돌 응원봉이 들려 있다. 하트·별·네모 모양 응원봉에서 나오는 빨강·파랑·초록색 빛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남동구에서 왔다는 정채민양(13·가명)은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며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하고 밝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왔다”라고 말했다.
거리에선 투쟁가 대신 K팝이 울려 퍼진다. 청년 참가자들은 K팝 음악에 맞춰 응원봉과 ‘윤석열 정권 퇴진’이 적힌 손팻말을 흔든다. 또 가사를 개사해 ‘구속해’, ‘탄핵해’ 등을 크게 외친다.
김민지씨(가명·24)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집회라 분위기가 무거울 거라 생각했지만, 익숙한 K팝이 들리니 즐기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서씨(27·연수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회 예고를 보고 분노에 찬 마음으로 참석했다”며 “K팝도 따라부르고 신나는 분위기 속 집회라서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이어 “신나는 분위기 때문에 또래들이 많이 참여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회대전환·윤석열정권퇴진 인천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천여명, 경찰 추산 1천여명이 참가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탄핵소추안 무산 이후 인천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다.
인천운동본부는 당초 1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배 이상의 인원이 참가하면서 백화점 앞 거리를 비롯해 시민들이 지나는 보도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인천대 학생 장기훈씨는 “기말고사 시험 공부를 뒤로 하고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도저히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시험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은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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