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 소방공무원인 50대 A씨는 20여년 전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중 함께 있던 동료가 떨어진 구조물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A씨는 당시 다친 동료를 밖으로 옮긴 뒤, 곧바로 다시 불을 끄러 현장에 돌아갔다. 이후 A씨는 화재 현장에 비슷한 구조물이 있으면 쓰러진 동료 모습이 떠오르는가 하면, 몸이 굳거나 심장이 심하게 뛰고 어지러움을 느낀다.
#2. 10여년간 소방대원으로 활동한 30대 B씨는 휴대전화 벨소리에도 잔뜩 긴장한다. 울리지 않은 출동 벨소리가 들리거나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몸이 굳기도 한다. 현장에 나갈 때면 훼손된 시신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혹여 나약해 보일까 동료들에게 이런 고민조차 얘기 못한다. 이렇게 일상 속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가족에게 무심코 화를 내기도 한다.
인천지역 소방공무원 3명 중 1명이 수면장애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극단적 선택 건수도 전국 평균보다 배 가량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우울증·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인천 소방공무원은 지난 2022년 1천489명, 2023년 1천592명, 올해 1천335명으로 해마다 1천300명 이상이다. 이는 인천소방본부 정원이 3천4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셈이다.
또 인천에서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 수는 14명으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7명)보다 배 많다.
소방공무원의 정신 질환 문제는 최근 개봉한 영화 ‘소방관’에서도 드러났다. 영화에서 소방대원 철웅은 동료 용태가 자신과 함께 불을 끄던 중 현장에서 등을 크게 다친 것을 본 뒤로, 이명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인천 소방은 소방공무원들 정신 질환 해결책으로 심리상담을 지원 중이지만, 현재 상담원이 5명뿐이라 인력 부족하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화재·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은 정신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력이 적은 소방공무원들이 정신 질환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했다. 이어 “당장은 심리상담원 수를 늘려 소방공무원들 상담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론 내년 문 여는 국립소방병원에 정신 질환 치료 분야를 강화해 소방공무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내년 상담원들을 더 늘려 소방공무원들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 치료를 돕겠다”며 “이를 위해 필요한 내년도 예산은 확보했다”고 말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