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시교육청의 행보가 겉치레에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뜬금없이 산하기관의 이름을 대거 바꾸는 조례 개정 등이다. 교육감의 역점 시책인 ‘읽·걷·쓰(읽고 걷고 쓰기)’를 남발한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예산 배정에서도 정작 학교 현장은 외면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약 사업에는 새로이 큰돈을 배정하면서 현장의 경상비용은 되레 줄이는 등이다.
인천시교육청의 내년도 세입 예산은 5조2천915억원이다. 올해보다 1천845억원(3.6%) 늘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시설개선비는 대폭 줄어들었다. 냉난방비, 화장실 개선 등의 학교 교육여건개선 사업비를 올해 4천억원에서 1천600억원으로 삭감했다. 시립도서관 직원들의 연간 연수 비용도 50만원에 불과하다. 긴축재정을 내세우며 학교 현장 직원들을 위한 예산을 모두 줄인 것이다.
그러나 교육감 공약 사업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강화도와 영종도의 폐교에 청소년평화교육센터 등을 짓는 사업이다. 신규 사업임에도 이들 2곳 건립에 49억원을 배정했다. 인천시의회 등에서 비판이 나왔다. 교육감 공약 사업 예산은 한껏 올려놓고 학교 현장 예산만 깎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우선 순위의 예산 편성이라고도 했다.
지난주에는 산하기관 이름을 대거 바꾸는 조례안을 인천시의회에 제출했다. 학생교육원을 읽걷쓰교육원으로, 흥왕체험학습장를 읽걷쓰아카데미로 바꾸는 등이다. 해양환경체험학습장을 상상아카데미로, 서사체험학습장을 서사영화아카데미로, 국화리학생야영장을 야생아카데미로 변경하는 등도 있었다. 이름을 바꿔 읽걷쓰 특화 교육을 한다는 취지였다. 현판 교체에만 6천만원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인천시의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를 맥락 없는 이름 변경”이라는 것이다. 야생아카데미는 야생동물이 있다는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도 했다. 과도한 정책홍보, 외래어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의 새로운 이름 짓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책날개’는 독서나 출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천시교육청의 사이트였다. 지난 4월 이를 읽걷쓰플랫폼으로 바꿨다. 기존 사이트에 둘레길 정보만 추가해 명칭을 바꾼 것이다. 이때도 아무 데나 ‘읽걷쓰’를 갖다 붙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한다. 시류에 흔들림 없이 자연과 사회의 본질 탐구에 천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때 그때 이름을 바꿔 가며 특정 교육 소신에 편중하는 것은 백년지대계가 아니다. 이름 짓기보다는 정책의 본질에 집중하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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