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개미, 밤엔 베짱이” 지역예술인, ‘새빛 문화예술클럽’서 꿈의 무대

수원 문화예술 동아리 13팀 공연 펼쳐
청중 평가단·온라인 생중계·실시간 인기투표 눈길
“‘시민’ 주체 문화도시, 지역예술 생태계 강화”

지난 12일 열린 ‘새빛 문화예술클럽’ 무대에 오른 ‘Enjoy 우쿨렐레 앙상블’ 동아리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njoy 우쿨렐레 앙상블’팀 제공
지난 12일 열린 ‘새빛 문화예술클럽’ 무대에 오른 ‘Enjoy 우쿨렐레 앙상블’ 동아리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njoy 우쿨렐레 앙상블’팀 제공

 

“낮에는 ‘개미’처럼 일하고, 저녁에는 ‘베짱이’처럼 기타를 치며 즐겁게 생활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모여 행복하게 동아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 오르는 기회까지 주어져 설레는 하루였습니다.”

 

멋진 중절모를 쓰고, 한 손에는 통기타를 든 이들이 등장했다. 직업도, 성별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이들은 수원의 한 주민자치센터 내 통기타 수업을 통해 만났다. ‘베짱이’라는 동아리 이름답게 ‘띵까띵까’ 기타를 튕기는 것 같지만, 프로 못지않은 무대실력과 열정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역생활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마음껏 시민 앞에 뽐내는 특별한 무대와 공연이 마련됐다. 지난 12일 오후 7시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린 ‘제1회 새빛문화예술클럽-지역생활예술인 페스티벌’이다.

 

수원문화재단이 개최한 ‘새빛문화예술클럽’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생활예술인들을 위한 무대다. 재능과 열정이 있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지역의 생활예술인들에게 자신들의 작품과 끼를 선보일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마련됐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노래와 춤, 악기 등 예술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지역공동체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이들에게 ‘꿈의 무대’가 펼쳐진 셈이다.

 

‘아르케만돌린 오케스트라’ 팀의 무대. 지난 2014년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동아리는 이날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밝고 경쾌한 선율을 뽐냈다. 이나경기자
‘아르케만돌린 오케스트라’ 팀의 무대. 지난 2014년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동아리는 이날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밝고 경쾌한 선율을 뽐냈다. 이나경기자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 수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첫 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지역 예술인들의 문화활동 참여 활성화를 통해 수원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수원만의 독창적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도심 속 축제’라는 설명처럼 생활예술인들과 시민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일상 속 평범하지만 특별한 저녁을 맞았다.

 

무대에는 수원에서 문화예술동아리 활동을 하는 춤·악기·합창 등 다양한 장르의 생활예술인 13팀, 총 214명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고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 평범한 시민, 지역 문화예술인 한데 모여 열기 ‘활활’

 

‘수원기타사랑’팀의 무대. 지난 2015년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결성된 해당 동아리는 이날 23명, 최다 인원이 무대에 올라 멋진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나경기자
‘수원기타사랑’팀의 무대. 지난 2015년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결성된 해당 동아리는 이날 23명, 최다 인원이 무대에 올라 멋진 하모니를 선보였다. 이나경기자

 

“평범한 주부로 살다 보면 내 이름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춤을 추고, 지역 내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각자가 가진 아픔,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춤에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련한 음악과 함께 무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결투 복장에 검은 복면을 쓴 이들이 내뿜는 신비로움은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마치 사극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연기는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꽃으로 마무리된 피날레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화예술동아리 ‘줌스토리’로 안무를 구성한 동아리 회장 맹혜순씨(60)는 자신들을 “나를 찾아가는,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2일 열린 ‘새빛 문화예술클럽’ 무대에서 ‘줌스토리’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나경기자
지난 12일 열린 ‘새빛 문화예술클럽’ 무대에서 ‘줌스토리’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나경기자

 

한겨울 추위를 녹일 듯한 하와이의 따뜻한 햇살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도 무대에 등장했다. 우쿨렐레와 함께 등장한 ‘오썸우쿨렐레오케스트라’와 ‘Enjoy 우쿨렐레 앙상블’ 팀은 각각 하와이안 복장에 머리에는 꽃을 아름답게 달고 등장해 관객을 미소짓게 했다.

 

이들은 시대와 나이를 넘어 어린 자녀부터 부모,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지역공동체가 되기 위해 꾸려진 연주회로 지역 내 봉사연주 등을 선보이기도 한다.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멋진 훌라춤을 선보인 박난영씨(77)는 “공직생활을 관두고, 퇴직하며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워나갔다”며 “나이가 들어도 매주 악기를 배우며 일상이 즐겁고 행복하다. 큰 무대에 올라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라고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2일 열린 ‘새빛 문화예술클럽’ 무대에서 ‘Enjoy 우쿨렐레 앙상블’(앞)과 ‘준코여성합창단’(뒤) 두 동아리가 합동 무대를 통해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지난 12일 열린 ‘새빛 문화예술클럽’ 무대에서 ‘Enjoy 우쿨렐레 앙상블’(앞)과 ‘준코여성합창단’(뒤) 두 동아리가 합동 무대를 통해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 청중평가단 심사, 실시간 온라인 방송에 인기투표 더해져 ‘긴장감’ 더해

 

이날 공연은 특히 전문평가단과 청중평가단의 심사,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인기투표까지 진행돼 보는 재미를 더했다. 성악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평가단 5인과 함께, 객석에 앉은 25인의 청중평가단은 각 무대가 끝날 때마다 실시간 평가를 했다.

 

또 수원문화재단 모바일 페이지에서는 실시간으로 온라인 방송이 중계돼 일반 시민들도 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호흡하게 했다. 특히 방송 중에 시민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투표를 해 각 무대가 끝날 때마다 점수가 실시간으로 바뀌며 긴장감을 더했다.

 

오영균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진정한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려면 시민이 주체가 돼 문화예술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생활예술’은 지역을 살아가는 이에게 일상 속 활력이 되고, 지역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생활예술인, 지역예술인, 평범한 시민이 예술을 통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년에는 더 많은 팀을 섭외하고 축제를 확장하겠다”라고 밝혔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