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철새도래지와 인접… 건설 초기부터 문제 제기된 곳 활주로 길이·담벼락과 맞닿은 흙 둔덕 위 콘크리트도 참사 키워 국토부 “설치 규정 위반 아니지만… 사고 연관성 면밀히 파악”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공항 인근의 조류 서식지, 콘크리트 구조물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류 충돌은 세계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제1요인으로 무안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으로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됐다.
2020년부터 추진된 무안공항 활주로 확장 사업 당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1차 조사에서 조류 41종 1천278마리, 2차 37종 1천760마리 서식이 확인됐다.
보고서는 “향후 항공편 수가 증가할 경우, 무리를 이뤄 월동·서식하는 수조류 이동 시 조류충돌 위험성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 무안공항의 활주로 역시 원인으로 지목됐다. 무안의 활주로는 약 2.8km로 양양(2.5km), 청주(2.7km) 보다는 길지만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김해·제주(3.2km), 김포(3.6km), 인천(3.7km)보다는 짧다.
전문가들은 “평소 이착륙 상황에선 문제 되지 않는 길이지만 비상시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고와 같이 동체착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달려 멈출 수 있을 정도의 활주로가 확보됐더라면 피해 상황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전남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를 3.126km로 늘리는 연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객기가 동체착륙 중 충돌한 로컬라이저도 거론됐다. 로컬라이저는 야간이나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활주로 끝에서 전파를 보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기 착륙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통과하는 긴급 상황일 경우 최소화 하기 위해 철골 구조물로 설치한다.
반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흙으로 만든 높은 둔덕 위에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설치돼 있었고 담벼락과 맞닿아 있었다.
이에 대해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29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비행기가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딪히지 않았다면 비행기가 주변 울타리를 뚫고 도로를 지나 인근 들판에 멈췄을 것”이라며 “(인근 들판은) 비행기가 속도를 늦추고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었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활주로 종단에서 약 250m 떨어진 위치에 설치돼 있어 안전구역의 물리적 범위 바깥에 위치했다”며 “설치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사고와의 연관성은 면밀히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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