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려아연 주총서 의결권 행사해야”…국민 66% 찬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

 

100일 넘게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결말을 가를 임시주주총회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 66%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통한 적극적인 개입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자금으로서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위한 자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0%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반대 의견은 26.3%,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7%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촉발된 국가기간산업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지분율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로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이 강조되고 있다. 근로자의 고용 안정, 노동권 보호,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주총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미 이번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주요 안건 중 하나인 '이사 수 상한을 19인 이하로 설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자문사 6곳 모두가 찬성 의견을 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핵심인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MBK·영풍 측 인사가 일부 이사회에 진입하는 수준에서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하되,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것이 자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 M&A를 통한 기업 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며, "의결권 행사 방향은 장기적 가치 제고 측면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만큼, 그 영향력은 지분율 이상의 무게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