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한 해 되길”…연령별 2025년 소망은? [설 특집]

20대, 밝은 미래 꿈꿔...중년층, 청년들이 웃을 수 있는 한 해 되길

경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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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설’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한다’는 시간적 개념과 그 해를 처음 만나는 날이라 '낯설다’는 언어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이런 어원 때문에 설이 되면 조상들께 인사 드리고, 앞으로 펼쳐질 낯선 날들에 건강과 풍요가 가득하기를 비는 풍습이 자리 잡은 것이다.

 

매 해 제각기 다른 소원을 빌었겠지만 올해는 ‘평범한 일상’을 바라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참사까지 악재가 겹친 탓에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탓일 것이다. 음력 1월1일, 진짜 2025년을 처음 만나는 설 명절을 맞아 연령별로 어떤 소원을 품고 있는지 들어봤다.

 

■ 새로운 시작 앞둔 20대…“밝은 미래 꿈꿔"

 

대개 20대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었다.

 

올해 아홉수라는 이상원 씨(29·강원 원주)는 “아홉수는 뭘 해도 안 되는 해라던데 오히려 그 반대로 뭘 해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행운이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민준 씨(20·서울)는 “대학교 입학을 앞둔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기숙학원 입소를 앞두고 있다”며 “올해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 이맘때 쯤엔 편하게 놀러 다니고, 부모님 걱정도 덜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 경제적 풍요보다는 건강과 평온…“아무 사고 없었으면”

 

사회생활 등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30대는 무탈한 안녕을 기원했다.

 

시민참여형 전시를 기획 중이라는 최재혁 씨(31·서울)는 “지난 연말에 있었던 일이 많은 분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 같다”며 “올해만큼은 아무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일인 것처럼 큰 상처를 받는 분들을 많이 봤다”며 “올해는 다들 크게 상처 받지 않고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모님과 함께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임지은 씨(39·대전) 또한 “오래오래 가족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면서 “부모님 연세가 있다 보니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 부모님과 함께 어느 때보다 밝고 건강한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빌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는 이다희 씨(34·평택)는 “작년보다는 더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아이도 어른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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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다 우리…중년층 “청년들이 웃을 수 있는 한 해 되길”

 

중장년층은 ‘자녀 세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올해 50세가 되니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 같다는 신미영 씨(50·충북 청주)는 “지난해에는 개인적으로도, 나라에도 우울한 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웃을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며 “아직 살만한 세상인 걸 깨닫게 해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나이쯤 되니 나이 먹는 게 생각보다 아무 일 아닌 것 같다”며 “다들 나이 생각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즐기면서 살길 바란다”고 응원을 건넸다.

 

고양에 거주하는 김경섭 씨(67)는 “요즘 살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우리 세대는 그냥 안전하게만 살 수 있게 해주면 되고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처음으로 면허를 취득했다는 그는 “이것도 나름 도전이라고 해내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도전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개인 마음 다스리듯 공동체 노력 더해지길”

 

최근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은 ‘2025년 꼭 이루고 싶은 새해 소망’을 조사했다.

 

29일 당근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동네생활’ 게시판을 통해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5%가 ‘건강’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2위는 24.2%로 ‘평온한 일상’이었다. 다음으로 ▲행복(23.5%) ▲경제적 성공 및 경기 회복(18.9%) 등이 차지했다. 경기일보가 만난 시민들의 소망과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와 관련 송원영 건양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생존 및 안전의 위협을 느끼는 일들을 겪다 보니 사회적 존중과 자아실현에 대한 것을 소망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조금은 안타깝다”며 “지난해 정치적·사회적으로 일상을 파괴했던 일이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에 일상을 바라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평온한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동체의 노력도 중요하다"며 “어려울수록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인간다움이 회복된 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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