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년간 전국 1천180개사 로컬크리에이터 선정 매력 많지만, 지역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 지지부진 크리에이터 교류 환경도 부족… 인프라 구축 필요
경기도 인구는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지만 정부가 선정한 로컬크리에이터(개인, 기업 포함)는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천300만명이 넘는 인구를 고려하면 극히 적은 숫자여서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사업’의 세부 사업 중 하나로 2020년부터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역 특성·자원 등을 활용해 창업 아이템을 창출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기준 개인 150개팀·협업 19개팀에 각각 최대 4천만 원, 7천만 원의 자금이 지원됐다.
2020~2024년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1천180개사가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돼 활동하고 있고, 이 중 경기도는 71개사가 선정됐다. 지역별로는 제주도(123개사), 강원도(107개사), 서울시(98개사), 경기도(71개사), 인천시(37개사) 순이다.
경기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수 대비 선정 기업 수가 적은 원인을 두고 도내 로컬크리에이터 사이에선 도의 매력을 제대로 못 살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컬크리에이터 A씨는 “경기도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절대 매력이 뒤지지 않는 지역”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경기도 기반 로컬크리에이팅(지역을 기반으로 한 창작활동)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쓰이진 않아 지역 매력이 크게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지역색, 매력을 살리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은 경기도가 다른 지역보다 지역 특색이 뚜렷한 상권을 조성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토로한다. 서울과 가까우면서 인구 유출입이 잦은 지역적 특성이 양날의 검이 된다는 의미다.
이는 지역 영향력을 키우는 데 유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역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위험도 크다.
지역가치 분야 로컬크리에이터 B씨는 “경기도에서는 지역 상권 간 응집력이 약한 느낌”이라며 “다른 지역의 로컬 기업들은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색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경기도에서는 그런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형’ 만들고 싶어도…“만날 기회가 부족해요”
업계에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환경과 교육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피력한다.
현재 경기도내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물리적인 거리 문제로 인해 정기적인 만남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특히 경기 남·북부 간 거리가 멀어 교육 기회를 마련하더라도 거점 지역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 2023년까지 경기도 로컬크리에이터를 관리·지원하던 주관기관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그러나 경기센터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난해부터 주관기관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관련 교육도 주로 강원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 C씨는 “교육이나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열려도 장소가 멀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원도를 비롯 경기 남·북부 간 거리 차이를 고려해 지역별로 순회하며 교육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센터 관계자는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번갈아 가며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강원에서 열리는 날에는 경기도 참가자들이, 경기도에서 열리는 날에는 강원 참가자들이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며 “올해는 온라인 참여 등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특화된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가 나오려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동시에 정부 선정 숫자를 늘리기 위해선 지역 자원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활용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거점브랜드 △디지털 문화체험(AR•VR) △로컬푸드 △자연친화 활동 △지역가치 △지역기반 제조 △지역관광 특화 등 7개 분야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이 중 로컬푸드 분야가 매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경기도 역시 같은 분야가 29개로 가장 많았다.
도내 거점브랜드 분야에 선정된 ㈜지역다운레이블은 고양시 가와지쌀을 활용한 디저트 브랜드 ‘열두톨’을 만들었고, 디지털 문화체험 분야에 선정된 ‘17정글’은 수원근대문화거리를 가상공간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서 온라인으로 수원지역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지역별 선정 개수 등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지원 대상은 지역성 위주로 평가해 유동적으로 선정된다”며 “심사 시 지역 자원이나 문화적 자산 등을 활용해 얼마나 비즈니스 모델을 잘 수립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230개사를 뽑을 계획이며 올해도 심사 기준은 거의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제언 “함께 아이디어 고민하고 실험 사업을 해봐야”
전문가들은 마케팅·경영 교육보다는 ‘지역성’을 강조한 교육을 확대하고,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컬크리에이터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관련 인재들을 직접 지도해 온 정수아 오산대 크리에이티브콘텐츠학부 교수는 “경기도는 로컬크리에이팅이 특히 어려운 지역”이라며 “지역 대학과 연계한 교육을 통해 로컬크리에이터를 경기도의 자원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 교수는 “교육 환경이 마련되면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실험 사업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의회에서도 크리에이터 육성과 관련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선희 경기도의회 의원(국민의힘·용인7)은 지난해 9월 제378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지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제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김 의원은 조례안에 대해 “2월 중 임시회 심의를 목표로 했으나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주무 부서와 행정·재정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이어가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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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0658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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