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절반 이상 기생충 검사 한 적 없어 “단순 위생관리보다 정기적인 예방약 투여 중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 중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로부터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0월 리서치 기관 엠브레인컨설팅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답한 604명의 응답자 가운데 반려동물의 기생충 예방이 사람의 건강에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85.8%였다. 그러나 반려동물 기생충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응답자는 48.5%에 불과했다.
이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종류는 개가 67.4%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가 32.8%로 뒤를 이었다.
반려동물의 기생충 감염은 단순히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예로 개회충(Toxocara canis)은 동물의 생간을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으며, 오염된 흙을 통해 인체로 직접 유입되기도 한다. 개회충 유충이 인체 내에서 퍼질 경우 간질환, 뇌경색, 척추 마비 등의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톡소플라즈마증(Toxoplasmosis)은 고양이 배설물과 접촉한 손을 입에 가져가거나 덜 익힌 돼지고기, 양고기, 사슴고기를 섭취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호자의 82.0%는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감염 위험을 줄이고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기생충 예방약을 투약한 경우는 61.4%에 그쳤다. 또한, 기생충 감염 검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45.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려견 보호자 A씨는 "정기적으로 내·외부 기생충 예방약을 급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 번에 내·외부 기생충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약도 있어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계절에 따른 관리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에는 잔디나 풀밭 산책을 자제하는 등 신경을 쓰지만,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기생충이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반려동물 업체 관계자는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보호자들이 기생충 예방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는 사례를 자주 접하고 있다”며 “보호자들이 기생충 예방을 위해 여러 가지 약을 투여하고 있지만, 정작 어떤 약을 먹이고 있는지, 그 효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필요 이상으로 여러 종류의 구충제를 중복해서 투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덧붙여 “보호자들에게 반려동물 기생충 예방 및 건강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출판할지 고민 중”이라며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공식적인 반려동물 건강 관리 가이드를 제작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예방약 투여의 비율이 38.9%에 불과하다는 점은 (동물체) 내부 기생충 예방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함을 알 수 있게 한다"며 "단순한 위생관리보다 예방약 투여가 더 효과적인 예방 방법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대체로 집에서 기르기 때문에 개와 고양이로부터 직접 감염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반려동물로부터의 인수공통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이런 사실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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