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왠지 멀게 느껴지고 낯설고, 예술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가진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설투어를 꾸려 나가며 관람객들이 예술과 미술을 친근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전시장의 공간과 시간을 완성해 주는 숨은 주역들이 있다. 경기도미술관에서 ‘문화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희씨(64)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임하고 있는 문화자원봉사자는 크게 ‘도슨트’와 전시장 내 ‘지킴이’ 역할을 담당한다. 문화자원봉사자가 되는 길은 철저하고 전문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신규 교육생은 3개월간 문화예술 대학교수, 미술관장, 전문학예사, 스피치 강사 등 각 전문가로부터 8강 이상 강의를 수료하고 이 중 ‘전시 도슨트’ 희망자는 실습 등 총 10강 수료 후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됐다. 모든 과정을 거친 이씨는 도슨트와 지킴이 역할을 둘다 수행하고 있다.
사실 이씨는 ‘예술’과는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이공계열인 전자계산학(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젊은 시절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가 생기고, 자라나며 미술관을 자주 데리고 갔는데 해설자의 해설에 너무나 전문적인 용어가 많더라고요.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고 낯설고 와 닿지 않는 설명에 당황했던 기억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문화자원봉사자 공고를 본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할 사람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햇수로 9년, 2천시간 이상의 시간. 정성과 노력이 없이는 이어가기 힘든 문화자원봉사자의 길을 이 씨는 걷고 있다. 관람객들이 쉽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의 숨은 의미, 작가에 대한 설명, 역사와 배경 등 뒷이야기를 전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지 늘 대본 작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매 전시마다 전문 학예사의 교육과 첨삭 등을 거쳐 탄생한 그만의 대본이 완성되면 마이크를 들고 관람객들을 30~50분 미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난해 눈이 많이 오던 겨울날 한 노신사가 홀로 작품을 보고 계셨는데 해설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했지만 퇴근 후 교통체증으로 시간을 놓쳐 혼자 전시를 보는 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초조한 마음으로 뛰어왔을 그 한 분을 위해 시간을 내 작품을 해설해 드렸는데 그분께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놓고 가시더라고요. 관람객과 예술로 마음이 통한 것 같아 순간 깊이 감동했습니다.”
이 씨는 ‘시니어 도슨트’로 멋지게 이름을 펼쳐 보이겠다는 새로운 꿈도 품고 있다. 시니어가 삶에서 경험한 연륜과 지혜는 또 다른 매력이 돼 풍성하고 깊은 작품 해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에서 은퇴하고 중년에 들어서는 여성 시니어들이 많은데 미술관의 문턱이 높다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또 신중년이 이러한 문화예술을 더 많이 향유할 수 있도록 미술관의 역할도 확대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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