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지난해 실적 부진 속 고려아연 M&A 논란…경영 능력 도마 위

영풍 홈페이지 갈무리
영풍 홈페이지 갈무리

 

영풍그룹이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 실적과 투자 문제를 지적하며 공세를 펼친 반면, 정작 영풍의 부실한 주주 환원 정책과 지배 구조 문제가 부각되면서 상황이 역전되는 분위기다.

 

13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의 지난해 실적은 적자 규모가 1천억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610억원에 달했으며, 최근 업황 부진과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철강 및 2차전지 시장의 침체 속에서 고려아연은 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이며 방어에 나섰지만, 영풍은 아연과 황산 등 생산 제품이 제한적인 데다 매출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이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50%대로 급감한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는 2월26일부터 4월25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가 예정돼 있으며, 재가동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4개월 동안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의 부진한 경영 실적이 드러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과 영풍정밀 등은 영풍 측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개선안을 요구하며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영풍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서 사외이사 추천과 주주 친화 정책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10년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같은 간단한 절차조차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며, 영풍의 시가가 극단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영풍정밀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의 분리 선출 안건을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 희소금속 공급 문제가 부각되는 가운데, 영풍이 적자 경영을 이어가면서 국내 아연 및 희소금속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생산 독점으로 인한 가격 인상, 경영 악화에 따른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이 시장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확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영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고려아연을 둘러싼 논란도 이러한 경영 리스크 측면에서 빠르게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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