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등서 안중근 관련 전시관 운영…독립운동 정신 되새겨 서경덕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에도 지속적인 관심 필요"
“5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뤼순 감옥의 사형장에서 32세의 짧은 생을 마친 안중근이 사형 직전 자신을 데리러 온 간수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오늘(14일)은 밸런타인데이로 거리 곳곳이 초콜릿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115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날을 맞아, 국내외 독립운동 유적지에 대한 관심과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국내에서 만나는 안중근 의사의 정신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다음 달 31일까지 ‘안중근 서(書)’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안 의사가 순국을 앞두고 남긴 글씨들을 중심으로, 그의 신념과 정신을 조명하는 자리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는 ‘안중근공원’이 조성돼 있다. 지난 2009년, 하얼빈에서 기증받은 안 의사의 동상을 세우면서 조성된 이곳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추모제와 의거 기념 행사가 열린다.
남양주의 역사체험관 ‘리멤버 1910’은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독립운동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방문객들은 온라인 3D 체험 콘텐츠를 통해서도 기념관을 둘러볼 수 있다. 핸드폰 화면으로 만나보는 기념관 한쪽에는 안중근 의사가 수감된 뤼순 감옥 수감실이 재현돼 있다.
이곳의 박희경 도슨트 회장은 “수감실에는 안중근 의사의 갑작스러운 사형 집행으로 미완성된 동양평화론이나 자서전 같은 것들을 전시해 놨다. 수감실 안에 걸린 ‘국가안위노심초사(國家安危勞心焦思)’라는 족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의 안위를 걱정한 안 의사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무료 모의법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는데, 참가자들은 저마다 친일파, 검사, 재판관 등 역할을 맡아 재판을 직접 진행해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아이들이 재판관 역할을 맡아 친일파에 ‘무기징역 천년’을 선고하거나, 검사 역할을 한 아이가 ‘피고인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감정 이입이 크다”며 “우리는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고초를 기억하고, 우리가 편안하게 사는 것이 그들 덕분임을 꼭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에도 관심과 방문 필요
한편 해외에 있는 기념관과 유적지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하얼빈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한국어 전시 설명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기념관에 다녀온 많은 분이 한국어 설명문에 오류가 많다는 내용의 제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틀린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 '진감하다' 등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도 여러 개 보였다"며 "5년 전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도 현지 직원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기념관의 관리·감독은 중국 측에서 하고 있지만 국가보훈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 중국 측에 항의한다면 충분히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처럼 해외에 남아있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유적지의 보존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만이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존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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