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면적 축소 결정…졸속 추진에 농가 “한숨만”
“이미 전국적으로 논 크기가 매년 1% 이상 줄고 있어요.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쌀 생산량은 자연스럽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불을 붙이니 농민 입장에선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죠.”
여주시에서 25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전용중 여주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비닐하우스가 세워진 논을 가리키며 “원래는 저쪽까지 다 논이었다”고 토로했다.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휴경지가 늘어 ‘논’이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이려 하고 있는데, 그 경우 앞으로 10년 안에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훨씬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 제도’를 두고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개별 농가들이 당장 이달 28일까지 논 면적 축소를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세부 계획이나 향후 대책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9월10일 개최된 민당정협의회에서 ‘쌀 수급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언급한 바 있다. 지역별 감축 면적을 할당해 올해부터 조정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전제는 ‘쌀 소비량 감소’였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쌀 초과분을 매입·비축하던 기존 방식은 한계가 있으니, 벼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이후 반년가량 흐른 지난달 10일, 농림부는 쌀 생산 비중을 기준으로 전국 17개 권역에 감축면적(총 8만㏊)을 할당했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 중 안양시와 구리시를 제외한 29개 시·군의 8천108㏊가 감축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도내 벼 재배면적(7만2천914㏊)의 11.1% 수준이다.
정부의 면적 할당에 따라 경기도는 시·군에 개별 감축량을 배정했다. 각 시·군은 다시 개별 농가에 감축면적을 배분해야 하는데 이때 배분되는 면적은 전년도 쌀 생산량 비중에 비례한다.
‘디데이’는 오는 28일이다. 약 2주 안에 지자체는 국가 농민지원관리시스템인 아그릭스에 세부이행계획을 입력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농가 반발이다.
경기도 내 농업인들은 각 시·군에 할당된 감축면적이 얼마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 받지 못했을 뿐더러, 현장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제도가 강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35년간 벼농사를 지은 안성시 서운면 음동마을 이관호 이장은 “얼마나 면적을 줄여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면서 “생산량에 비례해 면적을 줄인다고 하니 안성시도 대략 10% 정도 줄여야 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지자체에 반대 의견을 강력히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기준 통계 자체가 잘못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도내 한 농민회 관계자는 “통계청이 집계한 쌀 소비량에는 즉석밥 등에 사용되는 ‘가공용 쌀’은 반영되지 않는다. 가공용 쌀이 포함되면 매년 쌀 소비는 증가하는 추세”라며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겠다는 건 식량을 책임지는 농업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는 근시안적 접근으로, 농가 소득 및 쌀값 안정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조정제 관련) 정부는 쌀생산자협회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농가 이야기를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면서 "지자체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의무감축을 지자체 자율감축으로 변경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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