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이승우’... 30여권 소설 통해 세대와 호흡 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최진영’... ‘수명 중개’로 사랑의 세계 펼쳐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이 지난 17일 등단 4년 차인 예소연 작가의 작품 ‘그 개와 혁명’을 제48회 대상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20‧30 새로운 세대와의 호흡을 예고했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을 기리며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김승옥 ‘서울의 달빛 0장’(제1회), 박완서 ‘엄마의 말뚝’(제5회),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제11회) 등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제29회)과 그의 아버지 한승원(제12회) 부녀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이상문학상 수상자들의 또 다른 작품을 통해 소설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 44회 수상자 이승우, ‘사유’와 깊은 동굴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이승우作 ‘고요한 읽기’ 중)
지난해 8월 출간한 ‘고요한 읽기’(문학동네)는 ‘마음의 부력’으로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승우 작가가 그의 43년의 작가 인생에서 얻은 깊은 사유를 담아낸 산문집이다.
22살에 등단해 40여 년간 30여 권의 소설을 써 내려간 작가는 ‘소설 쓰기’로 인생에 복무한다고 말한다. ‘고요한 읽기’는 그의 작품세계를 지탱하는 ‘종교적 실존’과 ‘문학적 실존’이라는 두 개의 기둥 위에 지은 집과 같다. 해당 작품에선 밀란 쿤데라, 카프카, 이청준부터 사르트르, 시몬 베유, 탈무드와 성경까지 문학과 철학, 종교를 오가는 그의 ‘고요한 읽기’ 목록에서 작가 자신과 타자, 세계에 관한 오랜 질문과 사유를 마주한다.
작가는 고요한 몰두를 통해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잘 모르며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가장 두려운 사람이다”라고 털어놓는다. 서문 ‘감추어진 동굴’에서는 깊이 가라앉은 자기 안의 빛과 어둠을 탐색하는 과정을, 이어 ‘세상의 끝’을 시작으로 ‘작가라는 환영’, ‘비범함에 대한 유혹’, ‘대기만성’ 등 열두 편의 산문 속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공감의 지점을 찾을 수 있다.
■ 46회 수상자 최진영,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수백~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의 세계에서 인간은 잠시 스쳐 가는 찰나의 존재일 것이다. 최진영의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은 지구의 오랜 시간을 지켜온 수천 년의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이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작가는 2020년 제35회 만해문학상에 이어 지난 2023년 ‘홈 스위트 홈’으로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 가운데 소설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겪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되물으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 ‘단 한 사람’은 최진영식 사랑의 세계를 그려낸다. 3대에 걸친 ‘살리는 자’의 숙명을 안고 태어난 열여섯 살 목화. 목화는 꿈을 빌려 투신과 살해, 사고사와 자연사 등 수많은 죽음의 장면을 목격하고 그때 ‘네가 구하면 살아’라는 나무의 알 수 없는 소환으로 일상의 흔들림을 겪는다. 작가는 구원, 신념과 사랑 등 묵직한 주제를 ‘수명 중개’라는 판타지 요소로 소설 속 세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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