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 주니 수리비 내놔라… 소방관, 현관문 배상 논란

화재 진압·위급 상황 ‘강제 개방’...파손 현관문 보상 불합리 지적
도내 최근 3년간 청구 사례 증가
엄격한 기준·면책권 부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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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12월31일 경기도 광주시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관은 상층부 인명 검색을 위해 2~3층 3개 세대의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이로 인해 현관문과 도어락이 파손됐고 소방은 각 가구당 90만원씩 총 27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2. 이보다 앞선 지난해 11월5일 남양주시 아파트 9층 베란다에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구조를 위해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이 과정에서 방화문 파손 피해로 보상금 126만원이 결정됐다.

 

화재 진압과 위급 상황 발생 시 소방대원이 현관문을 강제 개방하면 해당 소방서가 파손된 현관문 보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합리한 보상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소방기본법이 화재 진압을 위한 현관문 강제 처분 권한을 명시하면서도, 보상 책임까지 과도하게 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소방당국의 과실을 제외한 강제처분에는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현관문 강제 개방으로 인한 경기소방의 손실보상 사례는 32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5건, 2023년 10건, 지난해 17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였다.

 

경기소방은 소방 활동 과정에서 필요한 보상 예산을 매년 평균 3천만원 규모로 편성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총 보상액이 예산 한도를 초과, 4천500만원의 재원을 추가로 편성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손실보상 사례, 재원 부담 증대 요인으로 보상 규정을 내포한 소방기본법을 지목한다. 이 법은 소방관이 소방 활동 과정에서 인명 구출, 화재 확산 저지를 위해 현관문 등에 대한 강제 처분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처분으로 손실을 입은 자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진압 당시에는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기에 강제 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도 “매년 소방 활동 과정에서의 강제 처분에 대한 보상 청구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현관문 개방과 관련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강제처분 관련 보상 기준을 엄격히 적용, 불가피한 강제 개방에 대한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산이 충분히 확보된다 해도, 집행 기준이 엄격하지 않으면 보상 수요가 비례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소방관 귀책사유가 아닌, 소방 활동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강제 개방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정 재설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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