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52일만에 관저로 복귀했다. 탄핵 찬성·반대 세력이 또 충돌한다. 대립의 출발점은 재판부의 결정문이다. 같은 문장인데 해석이 서로 다르다. 탄핵 찬성 측에서는 ‘구속 기간 만료 문제’를 주로 말한다. ‘기일 오류’의 문제였다며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탄핵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공수처 수사’를 짚는다. 수사권 자체가 지적받았다며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구속 기간’은 탄핵 찬성 쪽이 주로 지목하는 사유다. 최대 관심은 구속 취소가 헌재에 미칠 영향이다. 헌재 선고도 이번 주 11일 또는 14일로 소문나 있다. 이런 때 법원이 윤 대통령을 전격 석방했다. 헌재 결정과의 연계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이 간단한 산수(算數)를 잘못 했다’고 말했다. 법과 정치 상황을 버무린 절묘한 표현이다. 당(黨)이 검찰총장 사퇴 요구로 이어갔다.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 결정문을 보자. 윤 대통령 측이 ‘구속 기간을 도과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만료 시기는 지난 1월26일 오전 9시7분쯤인데, 기소 시기는 구속 기간 만료 시기를 넘긴 1월26일 오후 6시52분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은 검찰이다. 검찰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
또 다른 구속 취소 사유는 ‘공수처’다. 탄핵 반대 쪽은 이걸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 내란 사건 전체를 위법으로 몰아가는 논리다. 실제로 수사권 유무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구속 기간’이 신병의 불구속·구속을 좌우한다면 ‘수사권’은 사건 전체의 유·무죄를 좌우한다. 구속 취소가 나오자마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수처 수사가 문제 있음을 지적한 결정’이라고 했다. 당도 공수처 때리기에 총력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 결정문과 해설 자료를 보자.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급하게 나섰다. 이 부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다. “법원이 윤 대통령 위법 수사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공수처 시각의 해석이다.
법원 결정문은 활자로 작성돼 있다. 해설 자료까지 붙였다. 국민 모두가 능히 해석할 수 있다. 공수처의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눈에 띈 몇몇 표현이 있다. “구속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가 됐더라도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 “상급심에서의 파기 사유는 물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 파기 사유, 재심 사유.... 시작도 안 한 재판에선 웬만하면 안 쓰는 표현이다.
결정문은 아주 간단한 국어(國語)다. 구속 취소의 책임이 딱 적혀 있다. 심우정 검찰의 책임, 오동운 공수처의 책임. 빼 줄 것도 없고, 덮어 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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